왕언니 3총사 투혼 ‘여자농구 구원!’

입력 2010.09.30 (07:33)

수정 2010.09.3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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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36.신한은행), 김지윤(34.신세계), 박정은(33.삼성생명)이 한국 여자농구를 구해냈다.



체코 브르노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이 세 명의 '왕언니'들은 30일(한국시간) 일본과 12강 결선리그 F조 3차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펼쳐 65-64, 1점 차 짜릿한 승리를 일궈냈다.



특히 이 셋은 모두 성치 않은 몸이었지만 '일본에 져서 탈락할 수는 없다'는 정신력 하나로 코트에 몸을 내던지며 8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신장 결석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응급실 신세도 여러 차례 질 정도였던 정선민은 전날 러시아와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이 더 나빠졌다.



러시아와 경기에서 8분39초만 뛰고 1점도 넣지 못해 이날 경기를 앞두고 주위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팀에서 유일하게 40분을 다 뛰며 21점, 6어시스트, 가로채기 4개 등으로 펄펄 날아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선민은 경기가 끝난 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인터뷰 안 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할 정도였다.



"힘든 경기였지만 이겨서 다행이다. 후배들이 끝까지 잘 싸워 이길 수 있었고 특히 경기에 나갈 상태가 안 되는 (박)정은이가 고맙다"는 정선민은 "지금까지 여러 국제 대회를 해봤지만 오늘 승리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내려가는 계단에서도 허리를 부여잡고 겨우 힘든 걸음을 뗄 수 있었다.



가드 라인을 혼자 이끌고 있는 김지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양손이 퉁퉁 부어 통증이 심한 가운데서도 팀의 공격을 조율하던 김지윤은 4쿼터 종료 5분 여를 남기고 무릎을 다쳐 벤치로 물러났다.



김지윤은 "무릎이 갑자기 시큰한 느낌이 들었는데 점수 차도 벌어져 있어 빼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60-50이던 점수는 김지윤이 쉬는 잠시동안 60-59로 순식간에 좁혀졌고 김지윤은 다시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코트로 뛰어들어가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김지윤은 "(정)선민 언니나 정은이가 열심히 해줬고 다른 후배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뛰어 이길 수 있었다"며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24일 스페인과 예선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실려 나갔던 박정은은 불과 5일 만에 다시 코트에 나왔다. 아직 경기에 나설 몸 상태가 아니지만 "일본보다 한국이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출전을 자청했다.



박정은은 "대표팀이 부상 선수가 많아 어려운 상황인데 나까지 다쳐 미안한 마음이 컸다. 오늘 내가 뛰어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면서도 "경기를 뛸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무릎이 좀 아파 힘들다"고 말했다.



도핑 테스트를 받느라 인터뷰에 늦게 나온 박정은은 처음에는 "(정)선민 언니 인터뷰 때 울었다면서요"라고 물으며 생글거리더니 인터뷰 말미에 "선민 언니나 지윤 언니와 그동안 함께 뛰어 기뻤고 한국 여자농구의 실력을 남은 경기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할 때는 그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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