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태광 그룹, 불거진 의혹들

입력 2010.10.24 (07:48)

<앵커 멘트>

태광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를 하고, 편법 증여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잇따르면서 태광 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김경수 기자! 현재 제기되는 의혹들이 크게 보면 세 가지죠?

<답변>
그렇습니다. 비자금 조성과 로비, 편법 증여 등 세 가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편법 상속과 관련해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16살 난 아들이 현재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티알엠의 주식 49% 등을 포함해 최소 5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상장 계열사들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그 과정에 계열사들의 특혜 지원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죠?

<답변>
지난 2004년부터 이호진 회장은 태광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자신과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진 티알엠, 티시스라는 회사를 만든 뒤 계열사들의 이른바 물량 몰아주기로 규모를 급속히 키웠습니다.

이들 회사는 이 돈으로 태광산업 지분 9%를 매입했고 이 회장 부자는 지분을 24%대로 늘려 경영권을 확실히 다졌습니다. 이 두 회사에 들어간 이 회장 부자 개인 돈은 고작 5억원 대입니다.

그 뒤 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도서보급이라는 회사를 60억 원대에 인수했는데, 이 회사도 지난달에 태광산업이 가지고 있던 대한화섬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한화섬의 1대 주주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분을 싼값에 넘겼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인터뷰> 박윤배(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2천억 원 나가는 주식을 150억 원에 넘겼습니다. 그 나머지만큼 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이 회장 부자는 비상장 계열사 3곳을 통해 자산 3조 6천억 원대의 태광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고, 여기에 들인 돈은 불과 65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질문>
태광그룹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답변>
네 검찰은 태광그룹의 비자금 규모가 7,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검찰은 이호진 회장이 창업주인 고 이임용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으면서 누락된 태광산업 주식 32% 가운데, 18%는 10년 동안 자사주 매각 등의 방식으로 현금화돼 현재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또 나머지 14%의 지분은 현재까지 차명주식으로 묶여 있으며, 시가 1,700억 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기도 용인 태광 컨트리클럽 주변의 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차명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계열사인 흥국생명을 통해서도 최소 800억 원을 운용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질문>
문제는 정확한 비자금 규모와 증거를 찾는 것일 텐데요, 검찰이 곳곳을 압수수색했죠?

<답변>
네, 검찰이 지난 13일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그 이후 열흘 동안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비자금 조성 증거를 찾고 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그룹 본사에 이어 이호진 회장의 자택과 개인 사무실, 이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 상무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요.

한국도서보급 등 계열사와 기타 재무담당 임원의 집 등도 압수수색했고 흥국생명 전 대표 진 모씨 등 최측근들도 잇따라 조사했습니다.

<질문>
검찰이 특히 세 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이선애 상무의 자택에서 뭔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었는데요, 소득이 있었습니까?

<답변>
네, 검찰이 이선애 상무를 주목하는 것은 올해 82살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무' 직책을 가지고 회사의 돈 문제를 챙겨왔기 때문인데요.

이 상무는 시장에서 포목점을 하며 남편인 고 이임용 회장이 태광산업을 창업한 종잣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1962년부터 회사 돈을 관리하며 '왕상무', '왕사모'란 별칭으로 불리고 있을 정돕니다.

이 상무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를 열기 위해 2차례나 열쇠 수리공이 이씨의 집을 드나들기도 했는데요.

결국, 검찰 수사관들이 챙겨 나온 것은 한 상자 분량의 자료였는데, 그나마 결정적인 증거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핵심 자료들이 치워졌을 가능성이 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령인 이선애 상무는 며칠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검찰 소환 조사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질문>
태광 계열사인 티브로드 직원이 지난해 청와대 행정관 등을 상대로 성 접대를 했던 사건도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면서요? 왜 그런 건가요?

<답변>
네, 당시 성 접대를 했던 태광 티브로드 전 팀장 문모 씨가 지난 6월 태광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회사에서 시킨 대로 했는데 억울하게 해고당했다는 겁니다.

특히 지난 12일 열린 첫 공판에서는 회사의 지시로 조직적인 로비를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성 접대가 이뤄진 시기는 태광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와 관련해 방통위의 승인 결정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취재결과 접대 자리에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 과장 1명 외에,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는 정황을 경찰이 포착하고 수사했지만,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태광 측의 조직적인 정관계 로비 정황이 다시 드러나고, 당시 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질문>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재수사를 하고. 압수수색에서도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수사가 장기화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답변>
네, 태광 그룹 비자금 실체에 대한 규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그 다음 단계인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수사가 넘어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현재처럼 수사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된다면 수사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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