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할머니의 60년 만의 상봉과 그 이후

입력 2010.11.06 (22:01)

<앵커 멘트>

혈육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60년이나 곱씹으며 살아온 분들이 있죠.

사람인 세상, 오늘은 최근 이산가족 상봉 때 최고령자였던 아흔여섯 살 김례정 할머니의 아픈 사연으로 함께합니다.

박원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늘로 가기 전 만날 수 있을까?

평생 입버릇 되뇌던 상봉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그토록 그리던 딸이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올해 아흔 여섯 살의 김례정 할머니.

자식 9남매 중 둘째인 우정혜 씨를 헤어진 지 60년 만에 만났습니다.

<인터뷰>김례정 할머니: "글쎄 꿈인지 생시인지 '네 절을 받으니까 반갑다'고 푹 끌어 안았죠."

6.25 전쟁 때 김 할머니는 자식 삼 남매를 서울 돈암동 집에서 시댁인 황해도 연백으로 피난 보냈습니다.

고된 피난길은 1.4 후퇴 후에도 이어졌고 전쟁이 끝나자 시댁가는 길은 휴전선이 가로막았습니다.

재회할 수 있었던 자식은 결국 맏아들 뿐, 둘째와 셋째, 두 딸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김 할머니: "너희들 먼저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가서 편안히 있으면 우리도 다 나중에 가마. 그런데 그 다음에 우리는 막히고 그래서 가지를 못했죠. 그래서 헤어졌어요."

둘째를 만나 평생 소원의 반쪽은 이뤘습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만나지 못한 셋째를 생각하면 눈시울을 금방 붉어집니다.

<녹취> 김 할머니: "(셋째가) 살아서 엄마가 오신다고 그러니까 너무 기쁘고 가슴이 벅차고 그랬대요."

그래도 둘째를 만난 뒤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린 것 같다는 것이 가족의 말입니다.

<인터뷰>우영식(맏아들): "이제는 기분이 활달하고 유쾌한 기분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틈나는 대로 비단옷을 꺼내 옷고름을 매 보는 김 할머니, 이 옷을 다시 입고 북녘의 두 딸과 재회할 날을 다시 손꼽아 기다립니다.

<녹취> 김 할머니: "통일만 돼서 큰딸 작은딸 다 만나서 살수만 있으면 그건 아주 기쁜 일이죠."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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