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일만에 자유 찾게 된 삼호드림호

입력 2010.11.06 (23:14)

수정 2010.11.07 (08:09)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장기간 억류돼 있던 삼호해운 소속 유조선 삼호드림호가 6일 거액의 몸값 지불에 합의하고 마침내 자유를 찾게 됐다.

지난 4월4일 인도양 해상에서 피랍된 지 무려 217일 만이다. 과거 한국 선박 피랍 사례와 비교할 때 역대 최장기다.

2006년 4월과 2007년 5월 피랍된 원양어선 동원호와 마부노 1,2호는 각각 117, 174일 만에 풀려났으며, 2008년 9월에 납치됐던 브라이트 루비호는 37일 만에 석방됐었다.

또 소말리아 해적들에 피랍된 선박들이 풀려나기까지는 평균 3개월여의 시일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해도 삼호드림호는 유독 억류 기간이 길었다.

삼호드림호가 1억7천만달러(약 1천880억원) 상당의 원유를 실은 30만t급의 초대형 유조선이라는 점이 몸값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삼호해운 측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요구 금액에 대해 함구해 왔지만 해적 내부 소식에 밝은 동아프리카 항해자 지원프로그램(EASAP)의 운영자 앤드루 므완구라에 따르면 해적들의 애초 요구액이 2천만달러에 달했다.

결국 밀고당기기식 협상 끝에 900만∼950만달러로 합의를 봄으로써 삼호드림호는 해적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인 선원 5명과 필리핀 선원 19명은 무진 고초를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호드림호 선장 김성규씨는 지난 9월 이뤄진 연합뉴스와의 위성전화 통화에서 "하루하루 언제 살해될지 모른다는 엄청난 공포감 속에 인간 이하의 참혹한 삶을 살고 있다"면서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삼호드림호 피랍 사건은 그러나 해적들에게 지불된 몸값 중 역대 최고액을 기록함으로써 향후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의 피랍 선박들에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지금까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지급된 최고 몸값은 지난해 11월 납치됐던 그리스의 초대형 유조선 마란 센타우루스호로, 올해 1월 풀려나면서 550만∼70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삼호드림호의 사례가 해적들의 `눈높이'를 몇 단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다.

31만9천360t급인 삼호드림호는 한국인 5명 등 24명을 태우고 지난 4월4일 오후 4시10분께 이라크에서 미국 루이지애나로 항해하던 도중 인도양(북위 08˚21´, 동경 65˚00´)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그간 소말리아 중북부 항구도시 호비요 연안에 억류돼 있었으며, 당시 아덴만 해상에서 초계활동을 벌이던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함이 부근까지 접근했다가 선원들의 안전을 우려, 구출작전을 포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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