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가족 상봉, 다시 기약 없는 이별

입력 2010.11.07 (07:43)

<앵커 멘트>

지난달 30일부터 2차례에 걸쳐 이뤄진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60년만에 만난 가족들,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했습니다.

김기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현장음>"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이상으로 작별 상봉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상봉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돌변합니다.

반드시 살아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하지만, 기약할 수 없어 더욱 서글픕니다.

<녹취>"오래 오래 건강해. 또 봐..."

<녹취> "오래 오래 살라우. 오래 오래 살아야지..."

일흔을 훌쩍 넘긴 동생은 몇 번이고 형의 뺨에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비벼봅니다.

1.4 후퇴때 남겨둔 딸을 보겠다며 5년 만에 첫 외출 감행한 아흔 여섯 살 노모는 말 없이 손을 꼭 잡았습니다.

<녹취> "울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떠나가는 버스에서 참았던 울음이 터뜨린 딸을 한 번이라도 더 안아보기 위해 어머니는 아들의 부축으로 창에 손을 내밀어 봅니다.

60년 만의 만남이 어색한 듯 내내 굳어있던 북한의 오빠도 살아서 마지막이 될 지 모를 헤어짐 앞에서는 굵은 눈물을 떨궜습니다.

<녹취>"하늘이 무너져도 건강해야해! 아! 살아만 있어줘. 아! 오빠..."

<녹취>"떨어져 주세요... 나와 주세요..."

그리워했던 시간은 60년이나 됐지만, 이들에게 3일 동안 허락된 만남은 모두 여섯번, 열 한 시간 뿐이었습니다.

남측으로 돌아온 가족들에게는 이제 짧았던 상봉의 기억과 개별 상봉에서 받았던 선물만 남았습니다.

<인터뷰> 김례정(96살/딸 상봉): "너무 그립고 섭섭하고 다시 한 번 또 만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뿐이지"

이미 세상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형이 살아서 형제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동생은 한걸음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인터뷰> 최오식 (63세/ 형 상봉):" 멍~한데. 그건 하~ ...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못 느낄 거예요"

상봉 내내 눈물로 보냈던 가족들은 혈육을 북한에 남겨두고 돌아왔다고 생각하면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인터뷰> 최예식 (68세/오빠 상봉):"오빠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얘져.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방법이 없잖아. 연락을 할 수가 있나... "

60년 만의 감격적인 상봉은 이제 영상과 사진으로만 남았을 뿐 이산 가족들은 다시 서로 오가거나 소식도 주고받을 수 없는 남남 같은 처지로 살아갈 것입니다.

<인터뷰> 최지식(오빠 상봉):"그분이 내일 돌아가신다고 해도 우린 모르고 못 볼 것이고 또 그 분 역시 그렇고..."

지난달 30일부터 2차례에 걸쳐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행사로 서로가 살아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 가족은 8백 여 명...

대한적십자사에는 현재 8만여 이산가족들이 수십 만 가족을 찾는다며 상봉을 신청한 상탭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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