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겨울 난방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원은 이런 현실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어 대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국현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산 기슭 달동네,
집에 들어온 홍 할머니가 서둘러 전기장판을 켭니다.
전기료를 아끼려 반쪽만 켜고 온도도 가장 낮게 합니다.
보일러가 놓여 있지만, 기름값을 당해 낼 재간이 없어 꼭 필요할 때만 잠시 불을 땝니다.
<인터뷰>홍 모씨(83/달동네 거주) : "머슴애(손자)가 있어요, 걔는 추워 가지고 웅크리고 있잖아요. 추워할 적에는 내가 일어나서 또 이걸(보일러) 틀어주고……."
심한 외풍으로 몸서리 처질 정도의 한기가 느껴지는 쪽방촌.
78살 김태일 할아버지도 이 방에서 전기장판에만 의지해 겨울을 납니다.
월세 21만 원을 내고 나면 난방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인터뷰>김태일씨(78/쪽방 촌 거주) : "배고픈 건 참을 수가 있는데, 추운 거는 못살겠어요. 여기서는 추워서 잠자기도 힘들고……."
이들처럼, 소득의 10% 이상을 전기나 기름값 등 광열비로 쓰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이라 합니다.
그 수가 매년 빠르게 증가해 지난 2008년에는 백30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현실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름보일러를 대는 저소득층 50만 가구 증 난방용 기름을 지원받는 가정은 1%에도 못됩니다.
이마저도 정부 지원이 아닌 후원금으로 충당됩니다.
저소득층 주택의 열 효율을 높여주는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예산 역시 내년엔 3분의 1가량 삭감됩니다.
또 저소득층에게 전기요금 20%를 할인해 주는 혜택도 내년부터 사실상 사라집니다.
전기장판만으로 한겨울을 나는 에너지 빈곤층, 정부나 지자체가 못하면 우리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윱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