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9살 미용사? 20년 육아일기?

입력 2010.12.29 (09:00)

수정 2010.12.29 (09:39)

<앵커 멘트>

최연소 대학 합격, 최장기 공연 기록, 이런 다양한 분야의 최고 기록들을 가끔 뉴스를 통해서 접할 수 있으시죠?

그런데 언론의 화려한 주목을 받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재미와 감동을 주는 별난 기록 보유자들도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어떤 별난 기록들인지 궁금하네요?

네, 아직 엄마품이 좋을 나이인 아홉살에 당당히 국가 공인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여자 어린이가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물론 학원 선생님 머리까지 손질해 주고 있는데요,

파마에 네일아트까지 침이 없습니다.

자녀 두신 부모님들, 육아 일기 몇 년이나 써 보셨나요?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무려 20년간 육아일기를 쓰며 애지중지해 온 부부 사연도 소개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성의 한 미술학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다 함께 놀이 삼매경에 빠졌는데요.

이 때 한 여자 어린이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는데요. 다름 아닌 미용도구 모음입니다.

<인터뷰> 이인화(국내 최연소 미용사) : "(자격증 뭐 땄어요?) 미용사 자격증이요. (언제 땄는데요? 그거.) 11월."

미용가위를 자유자재로 놀리는 이인화 양은 한 달 전, 미용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최연소 미용삽니다.

이제 겨우 만 8살,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실력만큼은 프로 미용삽니다.

고사리 손으로 능숙하게 머리를 자르는 솜씨가 거침없습니다.

<인터뷰> 유환희(안성초등학교 3학년) : "진짜 미용사 같아요. 동생인데 쟤(인화)가요. 쟤가 저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녁 약속 자리를 앞두고 선생님도 인화 양에게 머리 손질을 부탁했는데요.

미용실 갈 시간을 절약한 선생님도 꼬마 미용사 솜씨에 대 만족입니다.

<인터뷰> 박승미(미술 학원 원장) : "시간이 날 때 애들 앞머리가 길어지잖아요. 그런 것들 조금씩 다듬어주는 그런 적도 몇 번 있었어요."

학원을 마친 뒤, 인화가 찾은 곳은 동네의 한 미용실. 인화 양 사진이 입구 간판에 보란 듯 걸려있는데요.

바로 인화 양 어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미용실입니다.

자랑스레 꺼내 보이는 국가 공인 미용사 자격증에는 인화 양 사진이 선명합니다.

<인터뷰> 이인화(국내 최연소 미용사) : "미용사 자격증이요. (이거 따니까 어땠어요?) 저도 기분이 정말 날아갈 것 같았어요."

머리 자르기는 물론 파마하기도 망설임이 없는데요.

손님들 머리 높이 맞춰 받침대에 올라서서 야무지게 머리를 매만집니다.

<인터뷰> 이인화(국내 최연소 미용사) : "처음엔 세게 해야 하는데요. 사람들이 아파해서 살살 해야 해요."

<인터뷰> 정인자(경기도 안성시 창전동) : "아주 섬세하고 탄력 있어요. 말아주는 게. 그래서 (어른보다) 훨씬 나아요."

마무리까지 꼼꼼한 꼬마 미용사! 동네 어르신들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희경(어머니) : "옆에서 조금씩 따라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언니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을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까 진짜 잘하더라고요."

무거운 가위와 독한 파마약 냄새가 싫증날 법도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에 또 연습!

파마는 물론 신부화장, 네일아트까지 못 하는 게 없습니다.

<인터뷰> 이인화(국내 최연소 미용사) : "잘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중국도 가고 일본도 갈 거예요."

화창한 주말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가정집.

주부 최경화 씨가 빨래를 삶고 있는데요. 바로 아기 배냇저고립니다.

<인터뷰> 최경화(20년 육아일기 부부) : "이거(배냇저고리) 귀중한 거죠. 더러울 때마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이렇게 삶아서 깨끗이 말려서 보관하는 거예요."

새 것처럼 깨끗하지만 실은 20년이나 된 배냇저고린데요.

시험관 시술로 간신히 얻은 쌍둥이 남매 물건이라 애지중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강석(20년 육아일기 부부) : "어렵게 얻은 아기들인데 우유 먹고, 잠자고, 똥 싸고, 병원 가고, 주사 맞고 이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하더라고요."

쌍둥이 남매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쓰기 시작한 육아일기는 어느덧 올해로 20년째가 됐습니다.

남매가 태어나고 자란 기록을 7천 페이지, 50개 파일에 속속들이 남겨뒀습니다.

<인터뷰> 이강석(20년 육아일기 부부) : "육아일기라는 타이틀로 이제 서식화한 거죠. 현아, 현재 적어놓고..."

십 센티미터도 안 되던 자그마한 발로 어떻게 걷나 싶던 아이들이 훌쩍 커서 올해 대학에 입학했는데요.

다 큰 딸이 결혼기념일에 보낸 편지 한 장은 엄마에게 보물처럼 소중합니다.

<녹취> "벌써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이 된다는 게 어찌나 빨리 느껴지는지 내가 스무 살이 되고 두 분의 결혼기념일은 25주년을 맞이하였고 더욱더 즐겁게 일하면서 아빠도 하고 싶은 것 많이 하고 운동도 많이 하고 건강을 잘 유지했으면 좋겠고 나도 열심히 공부할게요. 그럼 이만 안녕. 사랑스러운 현아 올림."

크리스마스를 맞아 함께 여행을 떠났던 남매가 돌아와 부모님 품에 안기는데요.

올 한 해 별 탈 없이 보낸 것을 감사해하며 가족끼리 조촐한 파티를 열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이강석(20년 육아일기 부부) : "이게 하나의 인생의 기록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역사로 생각할 수도 있고. ‘손자, 손녀, 외손자까지.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일기를 써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연소 미용사부터 최장기 육아일기까지!

소박한 꿈이 만들어낸 별난 동네 명물들의 특별한 기록이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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