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외규장각도서 반환은 노력의 결정체

입력 2011.02.09 (07:12)

수정 2011.02.09 (07:17)

[김용관 해설위원]

1866년 10월 자국 선교사 탄압에 대한 항의와 보복을 위해 강화도에 상륙한 프랑스 극동함대와 조선군대가 대치했던 작은 전쟁, 병인양요입니다.

별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희생만 치른 채 20여일 만에 철수하면서 프랑스 군대는 주둔지로 사용했던 행궁과 부속건물에 대해 보복성 방화를 자행하고 외규장각 도서 일부를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선정부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 갔던 외규장각 도서 191종 297책이 다음 달부터 오는 5월말까지 몇 차례에 걸쳐 모두 돌아옵니다. 영구임대라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반환입니다. 도서의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진 뒤 무려 3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잊어선 안 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박병선 박사...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는 지난 1975년 파손된 채 창고에 방치돼 있던 도서들을 처음으로 찾아내 수리와 분류작업을 주도했습니다. 반환을 위해 우리 외교 당국과 부단히 접촉을 시도했고, 급기야 1979년에는 이 일로 해직을 당했지만 반환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역사학자 이태진, 국제법학자 고 백충현 교수 등 학자들의 노력이 여기에 더해졌습니다. 이들 학자들은 당시 프랑스 군대가 반출대상을 제외하고 5천여 점에 이르는 외규장각 도서 모두를 불사른 사실을 밝혀내 국제법상 약탈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를 근거로 1991년 11월 프랑스에 반출 도서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1993년 9월 한국방문을 앞둔 당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처음으로 반환의사를 표명했지만, 그 이후에도 수많은 협상과 피눈물 나는 곡절이 많았습니다. 자국 소유를 주장하며 내규장각 도서와의 교환 임대를 주장하는 프랑스에 대해 일관된 원칙을 고수하며 반환을 이끌어낸 외교관들의 노력은 그래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돌려받는 외규장각 도서는 유교적 계몽군주였던 정조의 시대가 남긴 역사적 기록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도서의 반환은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한껏 높였습니다. 높아진 국격과 신장된 국력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출된 뒤 사라진 40여점의 도서에 대한 소재파악과 반환은 우리들 후손에게 남겨진 또 다른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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