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병마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한 무명 영화 작가가, 월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영화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작가였지만, 지독한 생활고를 겪었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효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피아노 콩쿠르에 나선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영화 '격정 소나타'.
이 작품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최모 씨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손꼽히는 영화계 유망주였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월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병에다, 영양실조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숨진 최 씨의 방문 앞엔, "남는 밥이랑 김치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란 메모가 유서처럼 붙어있었습니다.
월세는 몇 달째 못 냈고, 인근 가게에도 외상값이 밀려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그동안에 아프고 해서 쌀 빌리러 왔더래. 그래서 2층 아저씨가 쌀 좀 갖다주려고 내려가니까 그렇게 됐다고..."
최 씨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원고료 지급 관행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시나리오 작업만으론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조원희(영화감독): "완성된 시나리오를 가져와도 투자가 될 때까지는 영화사에서도 그 사람(작가)한테 줄 수 있는 돈이 없는 거에요."
영화인의 꿈을 키웠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은 젊은 작가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효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