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했던 신라면 블랙입니다.
허위 과장 광고로 드러나 과징금이 부과됐죠?
하지만 해당업체는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그대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실태 이뿐만이 아닙니다.
먼저 이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허위 과장 광고로 적발된 후에도 신라면 블랙의 가격은 요지부동입니다.
기존 라면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그대롭니다.
과대 광고로 지적받은 문구 역시 변화가 없습니다.
<인터뷰>신민섭(서울시 등촌동) : "(과장 광고로 적발된 거 아시나요?) 그런거 몰랐어요. 기분이 좋진 않죠. 소비자 우롱하는 처사니까.대기업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이 영국산 날개 없는 선풍기의 국내 판매가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국내 소비자 가격은 59만 원... 복잡한 유통구조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미국 34만 원, 일본 52만 원에 비해 크게 비쌉니다.
국내에서 170만원대인 유럽산 유모차도 미국보다 60만원 이상 비쌉니다.
<녹취>유아 부모 : "미국은 100만원 정도라구요. 차이가 많이 나니까 거기서 사고 싶죠."
수입 청바지와 아동복도 국내 소비자들은 주요국의 평균가격보다 30퍼센트 가까이 비싸게 사고 있습니다.
<인터뷰>채수진(서울시 신내동) : "같은 상품인데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해야 하는게 기분 나빠요."
서비스 차별까지 있습니다.
가속페달 결함으로 지난 2009년 미국 전역에서 리콜을 했던 도요타, 국내에선 미국보다 여섯달이 지나서야 리콜했습니다.
우리 소비자들은 이렇게 곳곳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질문> 한국의 소비자로 사는 게 쉽지 않군요.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김세정 기자! 소비자의 권리가 좀더 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국내 소비자 운동, 어떤 수준인가요?
<답변>
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에어컨입니다.
최근 오작동 문제를 일으키자 구매자 1400여 명이 인터넷에 문제를 제기해 결국 삼성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죠?
또 안전성 논란이 있는 제품을 판매한 파워 블로거에 대해서는, 정부 대책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들이 체계적인 소비자 운동이라기보다는 피해를 본 뒤, 집단 반발에 그친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절실한데, 미국 소비자연맹이 펴내는 ’컨슈머 리포트’가 좋은 모델입니다.
역사가 75년, 유료 구독자가 700만 명이나 되는데요.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뉴욕 임장원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하와이 휴가 중이던 스티브 잡스가 급히 돌아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아이폰 4의 안테나가 불량해 추천할 수 없다는 컨슈머 리포트의 평가 때문이었습니다.
도요타도 렉서스 GX 460 차량이 ’전복 위험’이 있다는 컨슈머 리포트의 평가에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습니다.
<인터뷰>존(뉴욕 시민) : "주요 제품을 살 때는 컨슈머 리포트의 정보를 믿고 의지합니다."
기업을 쩔쩔매게 하는 이런 힘은 컨슈머 리포트를 발간하는 미국 소비자연맹의 시험실에서 나옵니다.
50개나 되는 시험실에선 3천 가지 제품의 테스트가 쉴 새 없이 이뤄집니다.
냉장고 시험실에선 온도 센서가 수십 개씩 부착된 냉장고들이 석 달째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밥(수석 평가원) : "품질을 완벽히 평가할 수 있을 때까지 실험해야 합니다. 얼마나 걸리냐고요? 여섯달이요."
이런 철저한 평가와 함께 완벽한 재정 독립이야말로 미 소비자연맹의 자랑...
기업 광고나 후원은 전혀 없고, 시험용 전구 하나까지 제 값을 치르고 삽니다.
<인터뷰>밥(수석 평가원) : "어떤 회사도 우리에게 돈을 줄 수 없어요. 우리는 기업의 돈에 관심이 없고, 평가 결과를 기업에 알리지도 않습니다."
7백만 구독자가 내는 회비와 기부금이 이 비영리단체의 버팀목입니다.
<질문> 이렇게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를 왕으로 만들어 준다는 얘긴데요. 국내 사정은 어떻습니까?
<답변>
국내에도 소비자 정보지가 존재하지만,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적절한 지에 대한 시험정보가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어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소비자들의 권리 찾기, 해법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비자원 연구원들이 청소기 소음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품질과 안전성을 시험해 소비자 잡지에 결과를 싣는 제품은 1년에 40여 개 품목에 불과합니다.
전체 시험 예산이래야 2억 원, 품목당 5백만 원 정도여서 자동차 같은 비싼 소비재는 테스트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인터뷰>이남희(한국소비자원 홍보팀장) : "자동차를 할 정도면 어떤 시험 장비가 있어야하고,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미흡한 실정입니다."
민간 소비자단체 사정은 더 열악합니다.
최근 정부가 한국판 컨슈머 리포트를 제안했지만 전문성과 예산 확보 방안이 막막합니다.
생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통신비와 기름값...
이들 품목은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나눠갖는 구조여서 완벽한 컨슈머 리포트가 나와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송보경(서울대 명예교수/소시모) : "정부 정책의 변화가 급선무로 보입니다. 개별 소비자의 힘으로는 너무 단단한 구조이기 때문에 깨뜨리기 어렵지 않은가..."
소비자가 대접받는 사회... 소비자단체의 시장 감시기능 강화와 함께 독과점을 깨고 경쟁구조를 도입하는 일이 선결 과젭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