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서울동물원이 동물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동물들은 심드렁한 표정들이었고, 심지어 실속 없는 과대포장 선물을 받고는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노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큼지막한 선물 상자를 슬그머니 놓고 가는 사육사.
호기심에 들뜬 오랑우탄이 거칠게 포장지를 뜯어냅니다.
하지만, 안에 들어있는 건 달랑 귤 두 개가 전부, 먹지도 못하는 나뭇잎으로 선물의 부피만 늘려놓았습니다.
실속없는 과대포장에 화가 나는 건 사람이나 오랑우탄이나 마찬가지, 게다가 아침식사까지 거른 상태였습니다.
<녹취> 동물원 관계자 : "(얘네들은 지금 이거 하려고 먹이 안 먹고 있었던 거예요?) 이거 때문에 먹이 안 먹인 거죠. 그렇지 않으면 호기심을 안 보이니까."
로랜드 고릴라도 부실한 파티 준비에 심기가 불편합니다.
차라리 따뜻한 내실에서 잠이나 자려는데, 문까지 잠겨있습니다.
<녹취> 열 받았어 이제, 쟤 열 받았어.
나무늘보 가족은 처음부터 파티 따위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보다 못한 사육사가 새끼를 떼어내 선물꾸러미 옆에 데려다 놓지만, 이내 어미 품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녹취> 엄마한테 가라고 해, 놔둬요, 놔둬.
처자식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 나무늘보는 낮잠에서 깰 줄을 모르고, 동물들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 마련됐다는 크리스마스 파티는 캐럴 한 번 울리지 못하고 끝이 났습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