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랐다…서민들 삶 ‘벼랑 끝’

입력 2011.12.28 (06:34)

수정 2011.12.28 (15:59)

올해 가계 고통이 사상 세 번째로 악화한 것은 고물가의 영향이 가장 컸다.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시련은 내년에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둔화할 전망이나 세계적인 불황 장기화로 고용 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 등 가계 소득이 줄어들어 서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가계고통 역대 3번째

2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보면 올해 한해(1~9월) 실질임금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3.49% 감소했다.

식료품 가격부터 공공서비스요금까지 일제히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수준이었으나 임금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해 실제로 받는 월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른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올해 1~10월 평균 7.5를 기록했다. 2001년과 2008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높다.

두 가지 통계 모두 물가상승률과 연관돼 있다. 가계고통의 주범이 고물가란 얘기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1월 평균 4.0%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상한선인 4.0%에 턱걸이했다.

실업률이 그나마 낮은 수준을 지속했으나 실상을 보면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창업을 한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고용 수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50대 고용률은 72.9%로 2000년 63.5%보다 9.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연령층의 고용률이 56.2%에서 59.9%로 3.7%포인트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이 높았는데 임금 증가율은 미미했다.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많이 늘어나 경제 사정이 안 좋으면 가계 운영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내년 고용시장도 `먹구름'

내년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고용사정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가계 고통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보이나 이미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가계의 숨통을 트이게 하기는 역부족이다.

한국갤럽이 국내 만19세 이상 남녀 1천624명으로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 살림살이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28%)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18%)보다 우세했다.

이 조사에서 살림살이가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앞지른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고용전망 역시 악화했다. 내년 실업자 수가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54%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감소할 것이라는 견해는 지난해 15%에서 올해 7%로 급감했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CSI)에서도 가계수입전망CSI가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95를 기록했다. 6개월 내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 소비자가 줄어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비싸면 좀 덜 사면 되지만 월급을 못 받으면 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고용여건이 악화해 가계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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