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좀 움직이세요. 얼굴 밝게 하고요!"
올해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서는 선수와 감독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고 이벤트 경기를 치러 코트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 경기를 앞두고 늘 양복 차림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던 각 팀의 감독·코치들이 유니폼을 입고 몸을 풀었다.
고희진(삼성화재), 최태웅(현대캐피탈), 황연주(현대건설), 김사니(흥국생명) 등 스타 선수들은 정장 차림으로 코치석에 자리를 잡았다.
여오현(삼성화재)이 주심을 보고 한유미(KGC인삼공사)가 부심, 가빈 슈미트(삼성화재)·안젤코 추크(KEPCO)·예르코브 미아(흥국생명)·몬타뇨 마델레이네(KGC인삼공사)는 깃발을 잡고 부심 자리에 들어섰다.
남녀 구단 감독들이 편을 나눠 9인제 이벤트 경기를 치르고 선수들은 코치, 심판으로 나선 것이다.
무거워진 몸으로 힘겨운 경기를 펼치는 코치진과 이들을 향해 호통치는 선수들의 모습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초반에 세 차례 연속으로 실점하자 화가 난 표정으로 작전타임을 부른 K-스타팀 감독 고희진은 모여든 코치들에게 "좀 움직이세요. 얼굴 밝게 하고요"라고 지적했다.
주심 여오현이 터치아웃을 선언하는 오심을 하자 하종화(현대캐피탈) 감독 등은 흥분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V-스타팀 지휘봉을 잡은 최태웅은 실점이 이어지자 소속팀 감독인 하종화를 교체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고희진은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신치용(삼성화재) 감독을 코트에 밀어 넣는 것으로 응수했다.
선심으로 나선 가빈은 갑자기 서브를 넣고는 공이 코트 밖으로 벗어나자 정색하며 '인 판정'을 내리는 제스처를 선보여 관중을 즐겁게 했다.
안젤코와 미아는 멋진 득점이 나오자 코치들 대신 세리머니를 펼쳤다.
주심 여오현은 V-스타팀 코치 김사니가 판정에 항의하자 레드카드와 옐로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잠시 후 김사니가 교체 세터로 들어와 경기를 하자 반칙을 선언해 '응징'하는 익살을 부렸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경기를 뛴 지도자들은 녹슬지 않은 감각을 뽐내 눈길을 끌었다.
현역 시절 '임꺽정'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임도헌(삼성화재) 코치는 여전히 묵직한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컴퓨터 세터' 신영철(대한항공) 감독과 '배구 도사' 박희상(드림식스) 감독은 정확한 호흡으로 시간차 공격을 만들어내 박수를 받았다.
듀스 접전이 펼쳐진 경기는 임도헌 코치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26-24로 K-스타팀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승패와 상관없이 한 판 잔치를 즐긴 선수와 코치들 모두가 즐거운 표정으로 악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