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배구 올스타전은 잔치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의 재롱 섞인 팬서비스가 어우러져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넘치는 승부욕으로 팬들을 열광케 했던 선수들은 이번엔 숨겨뒀던 '끼'로 에너지를 발산해 배구 코트를 웃음으로 채웠다.
수원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 앞에 나타난 올스타들은 등장부터 남달랐다.
남녀부 리베로들은 각자 슈퍼맨과 배트맨, 스파이더맨, 이소룡 등 영화 주인공의 옷차림을 하고 코트에 들어섰다.
특히 최부식(대한항공)이 이소룡의 노란 운동복을, 여오현(삼성화재)이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나타나 몸을 풀자 관중석에서는 "귀엽다"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안젤코 추크(KEPCO)는 아예 장내 방송 카메라를 빼앗아 들고 이선구(GS칼텍스) 감독 등 벤치를 촬영하기도 했다.
관중석의 환호가 커질수록 선수들의 팬서비스도 더 대담해졌다.
득점이 날 때마다 춤을 추며 커다란 세리머니를 보여준 댈러스 수니아스(현대캐피탈)는 정작 자신의 서브 차례가 되자 힘들다는 몸짓을 하더니 관중 한 명을 데려와 대신 서브를 맡기는 익살을 부렸다.
객석에 앉아 팬이 넣은 서브를 지켜본 수니아스는 공격이 끝나자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또 2세트 남자 경기 후반에는 여자부 흥국생명 선수인 예르코브 미아가 리베로 의상을 입고 들어와 김요한(LIG손해보험)의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받아내기도 했다.
국내 선수들도 팬서비스에 가담했다.
부용찬(LIG손해보험)과 여오현 등 평소 공격을 할 수 없는 리베로는 이날만큼은 강력한 백어택을 터뜨려 환호를 받았다.
KEPCO 서재덕과 최석기는 공격에 성공하자 뜨거운 커플 댄스를 선보였다.
문성민(현대캐피탈)은 아예 상대 벤치를 향해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꽂아 넣었고, 이에 안젤코와 여오현 등이 발끈해 달려나오면서 '벤치 클리어링'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늘 빛나지 않는 곳에서 경기 진행을 돕던 이들도 이날만큼은 잔치를 함께 즐기는 주인공이었다.
엄격하기만 했던 심판들은 굳은 표정을 풀고 한유미(KGC인삼공사)에게 느닷없는 레드카드를 꺼내들거나 미아의 남자부 경기 출전을 허용하는 등 잔치를 즐겁게 이끄는 데 주력했다.
3세트 중간에 경기장을 닦으러 들어온 이들은 밖으로 나가라는 심판의 지시에 불응하고 코트에 드러눕고는 선수들과 춤을 추는 '깜짝 플래시몹'의 시작을 알렸다.
관중과 선수가 뒤바뀌는 등 '돌발 이벤트'가 이어질 때마다 기록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들의 입가에도 어느새 관중과 똑같은 미소가 걸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