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준금리 동결은 물가와 경기 상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중앙은행이 절충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함으로써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째 동결을 기록했다.
틈만 나면 `금리 정상화'를 강조해온 한은이지만 금리 인상은 쉽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유럽 재정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등 대외 여건이 호전되는 분위기지만, 국내 경기지표가 온통 `빨간불' 일색이기 때문이다.
1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1월보다 4.2% 줄었다. 2008년 12월(-4.5%)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감소폭이 컸다. 작년 11월(-0.5%) 매출이 33개월 만에 줄었다가 12월(11.0%)에 연말 특수를 봤지만, 1월에는 설 특수에도 맥없이 추락한 것이다.
완성차 5개 사의 1월 판매 실적은 내수 위축 탓에 지난해 1월보다 1.7% 감소했다. 전월인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는 무려 11.0% 급감했다. 국내 경기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기 상황만 보고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물가 움직임이 불안하다.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4.2%나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4%로 떨어졌다. 물가지수만 보면 다소 안심할 수 있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서울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인상된 것을 비롯해 공공요금이 새해 들어 들썩거리고 있다. 고추, 배추, 대파, 과일 등 농산물 가격도 이상한파로 이달 들어 일제히 급등했다. 물가를 책임지는 한은으로서 금리 인하는 당분간 선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가 뚜렷한 안정세로 접어들거나 국내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는 등 금리정책의 변화를 줄 만한 여건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물가와 경기의 틈바구니에서 한은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상반기에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최동철 연구원은 "하반기에 원화 절상 압력을 막고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있지만, 상반기에 금리정책의 변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