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가을부터는 감기약과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을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 법사위와 본회의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 만에 시행을 눈앞에 둔 셈이다.
◇'24시간 운영 장소'에서 감기약·소화제 등 20개 품목 허용 =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의약품을 크게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눈 현행 2분류 체계를 그대로 두고, 약국이 아니라도 의약품을 팔 수 있는 곳으로 '24시간 연중무휴 운영되는 장소'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약국 외 판매 허용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가 합의한 내용이다. 당초 정부는 내홍을 빚은 약사회와의 추가 협의가 여의치 않자 일단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을 따로 구분한 '의약품 3분류 체계'의 개정안 원안을 상임위에 제출했으나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수정됐다.
이번 개정안은 편의점 등 24시간 국민이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팔 수 있는 품목을 20개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복지부가 내놓은 허용 품목 수는 24개여서 어떤 품목을 빼야 할지를 놓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복지부가 인지도와 안전성 등을 기준으로 제시한 24개 허용 품목에는 타이레놀 4개(타이레놀정 500㎎, 160㎎,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 부루펜 1개(어린이 부루펜시럽), 아스피린 4개(바이엘아스피린정 100㎎) 등 해열제와 판콜에이 내복액, 판콜씨 내복액, 판콜 500정, 판피린티정, 판피린정 등 감기약, 베아제와 훼스탈 등 소화제, 제일쿨파프와 신신파스에이 등 파스류 등이 포함됐다.
◇오남용 막기 위해 하루치만 판매 =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는 국민 편의 측면에선 환영할만하나 안전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개정안은 이를 위해 몇 가지 안전장치를 명시하고 있다. 우선 약의 오남용 방지 차원에서 판매량은 1일분으로 제한하고 소포장을 원칙으로 했다.
또 약국 외 판매 의약품에 대한 별도의 복약 지도가 불가능한 만큼 포장에 큰 글씨로 '약국 외 판매 의약품'임을 알리고 효능·효과·용법·용량·사용상 주의사항 등을 자세하게 표기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직접 약을 팔지 않는 등 의약품별로 연령 제한을 두고 일반공산품이나 식품과 구분해 진열하되 임산부·음주자 등에 대한 복용시 유의사항을 함께 게시해야 한다.
위해 의약품의 신속한 회수 등을 위해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의 공급 규모도 꼼꼼히 관리된다. 제약회사, 도매업자 등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을 공급하는 주체는 매달 심평원의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공급량을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약을 판매하는 편의점 주인은 물론 종업원까지 안전성 및 품질 관리 교육을 받도록 했다.
종업원에 대한 교육 규정은 복지위 전체 회의에서 한 의원의 제안으로 추가됐으나 근무기간이 불확실한 아르바이트 근무 형태의 종업원들이 교육에 제대로 응할지, 수많은 점주와 종업원들에 대한 교육 장소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회의 통과 가능성 높아..약사회 "국민 불편해소 요구 이해" =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실현을 위해 법사위(15일)와 본회의(16일)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나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눈치 보기'로 유보적 입장을 고수했던 상당수 의원들이 비판 여론을 의식, 개정안 처리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약사회가 크게 반대하지 않는 점이 개정안 처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약사회는 13일 개정안의 복지위 법안소위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의약품 의 약국외 판매는 지금도 반대하는 사안으로 (소위 통과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국민 불편 해소라는 요구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다만 "약사법 개정안에 의약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위법령 마련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8~9월께 편의점 등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