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공사는 시작됐는데…

입력 2012.03.09 (07:04)

수정 2012.03.09 (07:25)

[최창근 해설위원]

중국인들이 환상의 섬이라는 제주도. 한쪽엔 벌써 유채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보름동안 이곳엔 오랜 속설인 영등할망이 왔다 가 날씨가 변덕스러웠습니다. 눈도 오고 비바람도 쳤습니다. 비바람이 사라지자 이번엔 강정마을에서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엊그제부터 강정 구럼비 해안에서 해군기지 건설 발파작업이 시작됐습니다. 5년 넘게 표류된 사업입니다. 반대하는 사람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날씨에 따라 이 작업은 3∼4개월 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해군측은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작업을 반대하는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공사장 매립 면허 정지를 예고했습니다.

싸움은 반대주민과 해군사이에서 중앙정부와 제주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주민들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강정 해군기지건설을 두고 민-민간의 갈등에 이어 제주도와 중앙정부사이 관청간의 갈등마저 일고 있습니다. 제주의 해군기지가 국가이익과 안보에 꼭 필요하다는 논리와 왜 하필 제주도냐는 논리는 지난 1993년부텁니다. 벌써 20년째입니다. 다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습니다. 양측은 그동안 서로의 논리와 입장을 끊임없이 조율해 5년 전에 조정안을 마련했습니다. 그게 해군함정과 크루즈 관광선이 함께 사용하는 이른바 민군 복합항구였습니다.

한 때 국책사업의 갈등해결의 모범사례였다가 갈등이 다시 도 졌습니다. 이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 누구의 책임입니까? 누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왜 이렇게 됐나 반성은 필요합니다. 특별자치도임을 앞세워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주도는 어떻게 했습니까? 국회에서 예산까지 책정한 여야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해군기지 공사는 시작됐습니다. 국가 안보는 해군이나 국방부만의 힘으로는 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지지와 협력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나라를 위하고 지키는 길인지 우리 모두 사심을 버리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합의를 찾아야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