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부산 고리 원전 1호기에 전기 공급이 10분 이상 끊기는 치명적인 사고가 났는데도 이를 은폐했다는 소식 전해 드렸는데요.
원전은 물론, 원전의 운영 책임을 맡은 한국 수력원자력까지 사고를 보고 받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먼저 공웅조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9일 밤 9시,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
12분 동안 전원이 끊기는 사고 이후 간부들은 긴급회의를 가졌습니다.
결론은 사고 은폐.
현장에 있던 60여 명에게도 함구령이 내려졌습니다.
원자력 안전위원회 등 규제, 감독기관은 이미 퇴근한 뒤였습니다.
조직 축소로 감시하는 인원도 없었습니다.
<녹취> 한국 원자력 안전위원회 관계자 :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원자력 안전위원회로 독립부처로 나오면서 인원이 줄어든 것입니다."
다음날 감독기관에는 원전이 정상적으로 운행됐다며 운행일지를 허위로 제출했습니다.
실시간 감시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속이려 들면 아무도 사고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녹취> 고리 원전 관계자 :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는 건 없고요. (발전소에서)현장 작업자나 간부가 판단을 해서 보고를 해야 하는 거죠."
원전 사고는 한 달 가까이나 은폐됐지만, 지난 7일 식당에서 소문을 들은 시의원의 문제 제기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수근(부산시 의회 의원) : "주 전원과 비상 전원이 모두 나가도 괜찮은가. 노무자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의심을 가져서 확인하게 된 겁니다."
축소 은폐는, 한국 수력원자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장에게는 사흘 뒤, 원자력 안전위원회에는 이보다 이틀 뒤에나 보고했습니다.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고, 한수원은 은폐를 주도한 문병위 위기관리실장을 보직해임했습니다
KBS 뉴스 공웅조입니다.
<앵커 멘트>
일본 도쿄전력은 원전사고 초기에 거짓말과 은폐로 일관하다가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국민의 신뢰도 잃었습니다.
이번 일을 보면 우리 원전 운영도 도쿄전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한 운영이 관건입니다.
계속해서 이재환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고장 제로’를 선포했던 지난달 9일, 바로 그날 고리원전 1호기의 외부전력 공급이 끊겼고 이 사실은 은폐됐습니다.
한수원 사장도,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사고를 한달 넘게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라면 15분 안에 백색 비상 발령을 내고 안전위원회 등에 즉시 보고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홍석우(지식경제부 장관) : "사소한 문제라도 보고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즉각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리원전에 파견된 정부 전문가들도 사고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종신(한국수력원자력 사장) : "정부에서 주재관들도 나와 있습니다. 거기까지 보고를 안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난감하고..."
사고 당시 책임자인 고리 1발전소장을 이달 초 본사 위기관리실장으로 발령한 것도 문젭니다.
인사를 앞두고 사고를 숨겼다는 의혹이 커지는 이윱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도 도쿄전력이 안전점검 기록을 조작하고 방사선 유출 가능성이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가, 국민 신뢰를 잃고 원전 반대 여론을 키웠습니다.
<녹취> 김숭평(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원전은) 적은 사고라 하더라도 그것을 정확하고 제대로 지역주민에 알려주고..."
이번 사태가 원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안전시스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전면적인 개혁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재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