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불법 사찰 전모 밝혀야

입력 2012.03.31 (09:15)

수정 2012.03.31 (10:11)

[정찬호 해설위원] 

불법 사찰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계와 재계, 언론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사찰을 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온갖 불법을 저질러 온 것입니다. 공직 기강을 바로 잡으라고 만들어진 조직이 권한 밖의 불법을 대규모로 저질러 왔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까지 생겼는지 답답한 마음입니다. 대통령이 이 사건을 보고받았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개된 문건에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동안 민간인과 민간단체, 언론인, 노동조합 등에 대해 저지러진 사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공개된 문건만 모두 2천 6백여 건입니다. 하지만 해당 인사들은 자신이 사찰대상인 것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사찰이 은밀하게 이뤄졌음을 의미합니다. 전 경찰청장들의 업무 능력과 비위 의혹도 조사됐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설립한 장학재단, 화물연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대통령 패러디 그림을 벽보에 붙였던 서울대병원 노조도 사찰에 포함됐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교수와 비판적인 글을 올린 경찰관들도 사찰 대상입니다. 특히 청와대 하명사건이라고 표기된 문건에는 kbs와 mbc, ytn 등 방송사 사장 인선과 인물 평가도 문건에 들어 있습니다. pd 수첩 제작진과 한겨레 21 편집장도 사찰 대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과 현 정권에 불만과 비판을 표한 사람,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 가고 싶은 조직이 사찰의 주 대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법 사찰이 이렇게 무차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진데 대해 국민들은 놀람을 넘어 분개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재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검찰이 이미 2년전 수사에서 이 문건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하고 있습니다. 당시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사이에 수사 방식과 수사 확대 여부를 놓고 갈등이 있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불법 사찰과 사찰 증거 인멸사건은 대규모 국기 문란 사건입니다. 또 어물쩍 넘기려 하다가는 국민의 엄한 질책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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