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덴마크의 핸드볼 경기가 25-24, 한국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 한국은 벤치에 있던 선수들도 일제히 코트로 달려나와 서로 얼싸안았다.
한국 여자핸드볼이 올림픽 본선에서 덴마크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결승에서 덴마크를 만나 연장 접전 끝에 33-37로 졌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역시 결승에서 그 유명한 승부던지기 혈투 끝에 또 금메달을 빼앗기고 말았다.
’숙적’ 덴마크를 상대로 올림픽 본선에서 1무3패를 기록 중이던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1~4위가 모두 몰린 ’죽음의 조’를 통과하려면 반드시 덴마크를 물리쳐야 했다.
세대교체 과정이라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듣는 덴마크 역시 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의 강팀들보다는 한국을 만만한 상대로 점찍었을 것이 틀림없을 터였다.
게다가 이날 덴마크의 후보 골키퍼로 뛴 카린 모르텐센(35)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 승부던지기에서 한국 선수들의 슈팅을 막아낸 장본인이었다.
2004년 ’우생순’ 멤버인 우선희(삼척시청), 최임정(대구시청), 김차연(일본 오므론), 문경하(경남개발공사)의 두 눈이 이날따라 더 반짝인 이유였다.
치열한 접전 끝에 한국의 한 골 차 승리가 확정되자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선희는 "상대가 덴마크라는 것은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모르텐센 골키퍼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면서도 "(김)온아가 빠졌지만 다른 선수들이 다 제 몫을 해줘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 너무 기쁘다"고 울먹였다.
임오경 SBS 해설위원은 "덴마크는 그동안 올림픽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해 언젠가는 꼭 꺾어야 할 상대였다. 이달 초에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16강에서 덴마크를 이겼는데 주니어 대회였지만 덴마크를 잡았다는 사실에 선수들이 매우 기뻐했다"며 한국 여자핸드볼에 덴마크가 갖는 ’숙적’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조별리그 2차전에 불과한 만큼 지나친 자만은 경계해야 한다.
강재원 감독은 "덴마크의 1차전 경기를 봤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더 쉽게 이길 경기를 한 골밖에 이기지 못했다"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강 감독은 "덴마크와 러시아의 전력은 예전만 못하다. 오히려 프랑스나 브라질과 같은 팀들이 새로운 강호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우리가 죽음의 조에 속한 만큼 조 1,2위로 8강에 오르면 4강, 메달권으로 가는 길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