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때 세계경제 `기침'에 한국경제는 `감기'
세계 경기침체가 지속하자 무역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좁은 내수시장 대신 세계시장을 겨냥해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온 탓에 우리 경제가 `외풍'에 취약한 체질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수출주도형 경제 발전의 한계
무역의존도란 국민경제가 수출입에 의존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민총소득(GNI)이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수출입 총액 비율을 따져 계산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GNI 대비 수출입 총액 비율은 113.2%로 사상 최고다.
우리나라는 그간 좁은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보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업체를 육성하는데 공을 들였다.
전자, 자동차,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수출 업체들이 지금까지 위기를 기회 삼아 국외 시장에 진출했고 정부도 각종 지원책으로 이들 기업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수출은 안정적인 증가세를 이어갔다.
1990년 650억달러 수준이던 수출액은 2000년 1천722억달러로 3배 규모까지 증가했다. 2010년에 4천664억달러로 급증한 수출액은 지난해 5천552억달러로 사상 처음 5천억달러 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1997년과 2008년 두 번의 금융위기를 겪는 와중에 수많은 수출 업체들이 `외풍'에 쓰러졌고 같은 기간 수출과 경제성장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1997∼1998년 수출은 2.83% 감소했고 경제성장률도 -5.7%를 기록했다. 2008∼2009년에는 수출이 13.86%나 급감했고 경제성장률은 0.3%에 머물렀다.
◇세계경제 `기침'에 한국경제는 `감기'
무역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세계 경제위기는 다시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5%에 머물렀다. 지난해 1.5% 성장했던 유럽연합(EU)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1.7%)을 각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올해 수출도 눈에 띄게 부진해졌다.
우리나라의 올해 1월 수출증감률(통관기준)은 -7.3%로 200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상반기 중 수출증감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달은 2월과 6월뿐이었다.
정책금융공사는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EU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감소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308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선진국은 물론 경착륙 우려를 낳는 중국 경제상황도 우려 대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내려가면 한국의 총 수출증가율은 1.7%포인트, 한국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경기변동성을 줄이려면 장기적으로 내수시장을 활성화해 무역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국가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잘 버티느냐와 직결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50% 안팎에서 선진국 수준인 60% 선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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