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우리 현대사와 삶을 나란히 해 온 베이비부머, 한국전쟁 후 출산 붐이 일어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분들인데요.
총 712만 명,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이 거대한 집단의 은퇴가 본격화됐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먼저 이들의 눈물 겨운 재취업 전쟁을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한 시.
대리 운전 기사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59년생 김호진 씨는 4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대리 기사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호진(대리운전기사) : "나이 먹은 세대는 받아주지를 않더라구요. 할 수 있는 게 운전대를 잡는 거밖에 없어서."
하지만 50대에 대리기사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녹취> 천상화(대리운전 기사) : "지리도 어둡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해야하니까 힘들어요 아주."
넉 달 전 대기업 전자회사에서 명예 퇴직한 53살 정호정 씨, 30년 만에 다시 이력서를 씁니다.
<녹취> 정호진(59년생) : "경력이라든가 이런 것이 잘 기억도 안나고..."
면접 본 회사만 100여 곳 전화기를 붙들고 삽니다.
<녹취> "면담 좀 할까 싶은데요? (네 그러세요)"
기대를 안고 찾아가 보지만, 서로의 기대치가 다릅니다.
<인터뷰> "관리직 뽑는대서 갔는데 방문 판매일이네요 또 알아봐야죠 뭐."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는 이 곳 노량진 학원가 일대 풍경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나이 제한이 사라진 공무원 시험부터 자격증 학원까지 중장년층 수강생들이 몰려듭니다.
<인터뷰> "몸도 마음도 너무 멀쩡한데 일을 안한다는게..그게 제일 힘든거거든요."
베이비부머의 재취업률은 35% 정도, 현대사의 주역이던 이들이 제2의 구직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우리 경제의 주축을 이뤘던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재환 기자가 산업공단을 찾아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8,90년대 베이비 붐 세대가 일궈낸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경남 창원공단입니다.
이곳 창원공단은 27만 근로자의 20%가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인력 수급과 기술 전수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베이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는 비단 창원 공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 직장 근로자는 312만 정돈데요,
앞으로 해마다 3-40만명씩 은퇴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숙련된 노동력의 감소로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잠재성장률은 2% 아래로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노동력 감소에 따른 7조 원의 세수 감소도 문젭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생산가능인구는 5명으로 주는 반면 복지 지출은 늘어 국가 재정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0세 시대에 은퇴 후 50년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금은 약 10억원 정도.
하지만 국가의 복지제도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를 대비한 재취업 과제와 대안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50대 구직자들이 몰리는 취업지원센터, 하지만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59년생 베이비 붐 세대 구직자 : "전문직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내 몸을 때워서 하는 그런 일 외에는 없더라고요"
건설사 임원으로 은퇴한 김형노 씨는 눈 높이를 낮춰 새 일자리를 찾은 경우입니다.
<인터뷰> 김형노(55년생 기계업체 재취업) : "젊음을 다시 한번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처럼 일하고 싶습니다."
김씨와 같이 이 업체에서 재취업해 일하고 있는 은퇴 베이비부머들만 20여명이나 됩니다.
<인터뷰> 황갑기(건설기계제조회사 대표) : "오랜 경륜이 노하우로 회사에 상당히 더 근로의 효과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뒷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재취업 지원과 함께 시급히 논의해 할 문제가 정년연장입니다.
하지만 신규채용 감소나 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합니다.
<인터뷰> 금재호(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빅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근로자는 임금을 양보하고 기업은 근로자의 고용을 보호하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일본과 65세 이후에도 낮은 임금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 네덜란드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재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