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화학적 거세·전자발찌로 해결 안 돼”

입력 2012.08.23 (06:25)

최근 성폭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전자발찌 착용과 화학적 거세 등 사법당국에서 시행 중인 정책은 성폭력을 예방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성폭력 상담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폭력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화학적 거세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화학 거세를 통해 성욕과 발기 능력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겠지만 성폭력은 성적 능력과 무관하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아동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70대 노인이 발기부전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다"며 "이는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것으로 성폭력은 성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화학적 거세는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로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수 없는 19세 이상의 성인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성적 충동을 억제하는 치료 방법이다.

국내 화학적 거세는 지난해 7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가능해졌다. 검찰은 법률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지난 14일 한 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해 화학적 거세명령을 내렸다.

화학적 거세가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최근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 등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화학적 거세를 지지하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이 소장은 "화학적 거세가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성폭력은 예외없는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며 "수사과정에서 쉽게 합의가 되고 재판부에 따라 결과도 달리 나오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인식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자발찌와 관련해서도 "전자발찌는 심리적 위축을 유발하는 수단일뿐 적극적인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1천명이 넘는 성범죄자들의 전자발찌를 관리하는 인력도 70여명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폭력은 아는 관계에서 발생해 합의로 묻혀지는 경우가 많다"며 "성인 성범죄에 대해 친고죄를 폐지하고 조사 과정에서 합의된 성폭력 가해자의 신상도 관리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예방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금까지의 성폭력 상담 내용을 분석해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피해를 입은 사례를 취합 중"이라며 "민형사 소송과 각종 캠페인 등을 통해 성폭력은 정도와 무관하게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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