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에, 130억 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배상하라는 건데, 그동안 있었던 재벌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재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996년 삼성 계열사인 제일모직은, 저가로 발행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녀가 이를 사들여 지분을 늘렸고 제일모직 주주 3명은 2006년 이 회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대구고등법원은 손해배상 항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회장이 계열사인 제일모직에 영향력을 행사해 손해를 끼쳤다며 제일모직에 13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회장은 증여세를 회피하면서 자녀들에게 에버랜드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제일모직에 저가로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상오(대구고등법원 기획법관) : "기업 지배권을 2세에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회사(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친 회사 경영진에게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열린 1심에서도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이 회장의 배임 책임을 물어 13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근 김승연 한화 회장의 법정구속에 이어 이건희 삼성회장의 손해배상 판결까지, 재벌 봐주기 판결 관행이 잇따라 깨지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재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