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유럽은 ‘세일 중’…우리는?

입력 2012.09.06 (22:02)

<앵커 멘트>



영국 최대 식품제조사 ’위타빅스’, 스웨덴 자동차회사 ’사브’, 독일 장비제조업체 ’프츠마이스터’ 등 유럽의 대표기업들이죠.



이 기업들이 최근 매물로 등장해 중국에 팔려 나갔습니다.



유로존 기업 도산 건수도 지난해보다 올해 12% 늘 것으로 예측돼 새 주인을 기다리는 기업들이 더욱 증가할 예정입니다.



경제난 속 유럽은 세일중이란 말, 요즘이 딱 그렇습니다.



파리에서 박상용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세계레미콘 시장 점유율 1위인 이 독일업체는 5억7천만 유로에 중국기업에 팔렸습니다.



재정위기 전 평가액 10억 유로, 우리 돈 1조4천억 원의 절반 가격입니다.



TNT익스프레스, 오토노미, 페레티 같은 대표적인 유럽기업들의 주인도 미국이나 중국으로 바꼈습니다.



ING, 소시에테제네랄 같은 대형 금융사들은 자회사를 팔기로 했습니다.



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은 앞다퉈 갖고 있던 부동산을 급매물로 내놓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형 보험사가 갖고 있던 파리 중심가의 이 건물은 최근 중동자본에 팔렸습니다.



스페인 은행이 소유한 이 건물도 최근 매물로 나왔습니다.



<인터뷰> 암브로시알리(BNP파리바 부동산 투자회사 사장) : "현재 경제위기를 맞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사무용 빌딩 거래액은 30% 늘었습니다."



급매 수준을 넘어 아예 복권 판매식으로 집을 사고파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10억 원짜리 2층 집 주인 레치 씨는 10유로, 우리돈 만4천원 짜리 복권 1등 상품으로 집을 내놨습니다.



<인터뷰> 노엘 레치(집 주인) : "몇백 명 가까이 집을 보러오지만 아무도 집을 구입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이런 상태로 몇년간 그대로 있는거죠."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 그리스에선 국고가 거덜나 국토인 섬까지 팔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유로존 위기 확대로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럽 매물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중국이 유럽 인수합병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디지털스튜디오에서 김민경 기자가 자세히 설명해드립니다.



<리포트>



이탈리아 유명 패션 상표 ’베르사체’



슈퍼카 제조사로 잘 알려진 ’데토마소’와 ’디아토’.



최근 새 주인을 찾겠다며 한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낸 회사들입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기업까지 인수합병에 뛰어들 만큼 유럽의 상황은 절박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에서의 기업 인수-합병 거래액은 약 5천 4백억 달러, 우리돈 600조 정도로 전년보다 23%나 증가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로 소비가 줄면서 자금난에 시달린 기업들이 매물로 나온 겁니다.



유럽 재정위기는 또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도 악화시켜서 은행들도 보유자산 처분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IMF는 유로존 경기침체 심화로 유럽 은행들이 내년까지 최대 3조8천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팔아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목되는 점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이 유럽 기업 인수와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건데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기업의 유럽 기업 인수합병 금액은 582억 달러로 일본보다 많았고, 98억 달러였던 우리나라의 6배에 달했습니다.



<앵커 멘트>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럽 기업에 대한 인수 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 기업 인수 합병은 높은 수익 만큼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영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독일의 태양광업체 큐셀, 한 때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유럽발 금융 위기로 수요가 줄면서 지난 4월 파산했습니다.



한화그룹이 지난달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셀 생산 규모에서 세계 3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인터뷰> 김태희(동부증권) : "큐셀의 영업망의 80%가 유럽에 있기 때문에 유럽 사장 공략에 긍정적입니다."



브랜드 강점이 있는 유럽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도 늘어 제일모직은 가죽 전문 회사를, 아모레퍼시픽은 향수 회사를 이랜드는 가방 전문회사를 각각 사들였습니다.



<인터뷰> 전명진(제일모직 기획총괄) : "고급브랜드를 선점함으로써 중국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한국 기업의 유럽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8건으로 금융위기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인수합병 이후가 더 문젭니다.



문화와 제도 차이로 합병 뒤 실적을 낸 경우가 절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득갑(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 "인수 이후의 통합 여부가 성공을 좌우하기 때문에 철저한 전략 수립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유럽 기업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선제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도약을 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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