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택 긴급 출입권으로 감금 여성 구조

입력 2013.01.08 (08:37)

수정 2013.01.08 (10:12)

<앵커 멘트>

50대 남성이 헤어지자는 아내를 집안에 감금했습니다.

그냥 감금이 아니고, 머리카락은 삭발하고, 발에는 쇠사슬을 채웠다고 합니다.

이 아내는 가까스로 112에 신고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14시간 만에 구출됐는데요.

김기흥 기자, 자칫했으면 더 큰일날 뻔했는데, 예전같으면 부부간의 일이라고 해서 경찰이 그냥 돌아갔을 수도 있었잖아요.

이번에도 바뀐 경찰 지침이 제 역할을 했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지난달 경찰이 마련한 가택 긴급출입권이 발동된 건데요.

이전에는 신고가 받고 경찰이 출동을 해도 집 주인이 출입을 허락하지 않으면 경찰이 영장 없이는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경찰이 초동 대처에 적극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부 지침이 바뀐 뒤 현장에서의 경찰의 태도는 달라졌는데요 아내를 삭발하고 발에 쇠사슬을 채운 뒤 막사에 감금한 비정한 남편의 범행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오전 5시 30분쯤, 전남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몹시 다급한 목소리의 중년 여성이었습니다.

<녹취> 당시 112 신고전화(음성변조) : "(여보세요.) 도와주세요."

<녹취> 당시 112 신고전화(음성변조) : "(어디세요?) 도와주세요.(위치를 알려주세요!)"

자신을 도와달라고 두 번을 외치고, 곧 끊겨버린 전화.

전화를 받은 경찰은 직감적으로 위급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채정갑(경사/전남지방경찰청) : "112종합상황실 희미한 목소리로 여자 분이 ‘도와주세요’하고 또 말이 끊기고 바람 소리가 나고.. 약간의 남자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더라고요.‘있는 곳을 말씀해주세요’하는데 (전화가) 끊겨버려서 (경찰) 출동시키면서 통신 수사를 해달라고 했죠."

경찰은 즉시 순찰차 5대와 형사기동대, 전의경 타격대 등 20여 명을 동원해 기지국 반경 4km 일대를 수색했습니다.

또한 동시에 발신자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통신 수사를 병행했는데요.

도움을 요청했던 이는, 2년 전 남편에게 두 차례 가정폭력을 당했던 51살 이 모씨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상현 (경감/전남 함평경찰서 수사과장) : (신고자) 목소리도 작고 위급한 상황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 다음 어떤 행동이 나올지 모르니까 (가택 긴급출입권) 발동하지 않으면 피해자 인명을 해치거나 그런 상황이 우려되었으니까요.

경찰은 이번에도 이씨가 가정폭력을 당하다 신고한 것으로 판단, ‘가택 긴급출입권’을 발동했는데요.

주소를 토대로 오전 7시쯤 도착한 이씨의 집에는 아이 둘만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상현(경감/전남 함평경찰서 수사과장) : "가택 긴급출입 규정에 의해서 (집으로) 들어갔더니 학생이 나와서 웬일이냐며 문을 열어주기에 ‘신고를 받고 왔다 혹시 엄마나 아빠 계시니’ 그랬더니 엄마 아빠는 위에 있는 집에 계신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서 1km 떨어진 산기슭 막사로 달려간 경찰.

그곳에서 발견된 피해자 이씨의 모습은 참담했다고 합니다.

머리는 삭발된 상태였고, 발목에는 굵은 쇠줄이 감겨 있었는데요.

현장에는 이씨가 경찰에 신고할 때 사용했던 휴대폰이 부서져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상현(경감/전남 함평경찰서 수사과장) : "여자의 오른쪽 발목하고 남자의 오른쪽 발목을 같이 묶고 잠을 자다가 개 짖는 소리랑 경찰이 오는 소리를 듣고 (쇠사슬) 풀어주면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으로 이야기하라고 시켰다고 진술 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스스로 밖으로 나온 이씨는‘남편이 머리를 삭발하고, 14시간 동안 쇠사슬에 묶어 감금했다‘며 울먹였다는데요.

경찰이 들어갈 때까지 막사 안에서 잠자는 척하던 남편 고씨는 ‘아내가 이단 종교에 빠져 한 달간 감금할 계획이었다‘고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만난, 아내 이씨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경제권도 안 주고 어디 가지도 못하게 하고 (남편과) 너무 의견이 안 맞으니까 탈출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갇혀서 남편한테 억압 받고 살고 싶지가 않아서 도시에 가서 내가 돈 벌어 살겠다.. 그렇게 이야기한 거예요."

평소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었다는 남편 고씨.

참다못한 이씨가 집을 나가겠다고 하자 고씨는 지난 5일 오후 5시쯤, 미리 준비해 둔 쇠사슬로 이씨를 묶고 감금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절대 저를 못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 못 가게 하기 위해서 발목을 서로 묶었어요. ‘너와 나는 결혼했기 때문에, 가족의 끈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죽을 때도 한날한시에 죽어야 한다.."

마을 주민들 역 이런 고씨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독불장군이라고 할까요. 마을 주민과도 원만한 관계가 아니에요."

고씨는 아내뿐만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에게도 종종 강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막을 사람이 없어요. 한 번씩 싸우고 그러면 경찰 부른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방법이 없으니까 경찰 부른다고.. (아무도) 친하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지 않아요."

하마터면 큰 화를 부를 뻔한 이번 사건.

다행히 지난달부터 시행된 ‘가택 긴급출입권’ 때문에 신속한 초동조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가택 긴급출입권’에 대해,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런만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운영 과정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긴급 상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