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잇단 재입북·위장 간첩..탈북자 관리 ‘구멍’

입력 2013.02.02 (07:49)

수정 2013.02.15 (18:19)

<앵커 멘트>

먼저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탈북자의 정보’를 북한에 건네,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재 입북 탈북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탈북자는 2만 4천 6백여 명, 탈북자 관리의 문제점은 없는지, 대책은 무엇인지, 조아란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2011년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탈북자 유 모 씨.

탈북자의 모범적인 정착 사례로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유 모 씨가 국정원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서울에 사는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간첩 혐의 때문입니다.

유 모 씨가 소속됐던 서울시 관계 부서 담당자는 유 모 씨의 업무는 탈북자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서울시 관계자 : "저희 과 업무 내에 탈북자 업무라는 게 없어요, 아예. 저희는 탈북자를 담당하는 부서가 아니에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담당하는 부서지. 이분도 저희 팀에서 하는 업무와 관련한 보조 업무를 한 거고 일부 통계관리를 하신 것뿐이지 탈북자 업무를 담당하신 게 아니에요."

하지만 탈북자의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있는 만큼 탈북자 사회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00(탈북자) : "얘, 어떡하니. 저거 정보 다 넘겼다 그러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이름이라도 개명했을 걸 그랬다고. 이제라도 내가 이름 바꿔야 되나 어째야 되나. 이러면서 걱정을 하죠.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극소수를 빼놓고는 온 가족이 다 온 것은 드물거든요. 거기에 가족이나 친척 아니면 형제라든가 지인들 다 있잖아요. 황당하지 않겠어요. 다 걱정을 하죠."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탈북자가 서울에 있는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TV가 재 입북 탈북자의 기자회견을 방송했습니다.

벌써 네 번째 재 입북 기자회견에 탈북자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지난 달 24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 예정에 없던 특별 기자회견을 방송했습니다.

열 달 된 딸과 함께 등장한 부부와 한 여성, 모두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서 살다지난 해 말 다시 입북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김광호(재입북 탈북자) : "2009년 8월 아내와 함께 남조선으로 나갔다가 지난해 말에 공화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아내입니다."

<인터뷰> 김옥숙(재입북 탈북자) : "김옥숙입니다. 열 달 된 저의 딸입니다."

기자회견에 나선 세 사람은 돈을 벌 목적으로 국경을 넘어 중국에 체류하다가 남한행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경희(재입북 탈북자) : "중국으로 비법(불법) 월경한 저는 저의 돈벌이를 도와주겠다는 그놈의 꼬임 수에얼리어(넘어가) 여기저기 끌려 다니다가 종당(결국)에는 그해 6월, 남조선에 끌려
가게 되었습니다."

세 사람은 하나같이 남한에서 극심한 냉대와 차별을 받았다며 남한 사회를 맹비난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희(재입북 탈북자) : "남조선에서 말하는 이른바 탈북자라는 이유로 하여 그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광호(재입북 탈북자) : "사기와 협잡,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험악한 세상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북한이 재 입북한 박인숙 씨를 따뜻하게 맞아준 것에 용기를 갖고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김광호 씨 부부와 김경희 씨의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재 입북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박상학(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 "김광호 씨는 여기 와서 자가용차도 타고 다니고 객관적으로 보면 좀 그래도 살만한 분들이 아니었나. 여기서 단란하게 살았다고 다 얘기하거든요."

주변 사람들은 김광호 씨 부부가 입국 과정에서 지불해야 했던 탈북 비용을 마저 치르지 않아 탈북 브로커와 금전 문제가 있었지만 그 일로 집을 잃게 됐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북한에서 얘기하기를 그것 때문에 집까지 차압, 빼앗길 형편이었다는데 그건 거짓말이거든요. 탈북자 임대 주택은 그 어떤 담보나 그걸 걸릴 수도 없고 탈북자들이 임의로 집을 처분할 수도 없어요."

특히 두 아이를 두고 탈북 했던 김경희 씨의 경우, 주변 사람들이 크게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북에 두고 온 자녀를 데려오겠다며 중국으로 떠난 김 씨가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상학(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 "꼭 자기 자녀들 데리고 오겠다고. 그리고 준비해가지고 나갔거든요. 자녀들 데려오려고 옷도 사가고. 자녀 데리러 간 분이 갑자기 없어진 거예요. 그 분들이 북한에 가려고 했으면 자기 집도 다 정리하고 임대 보증금 많이 않지만 한 1,200만원 1,400만원 되거든요. 그런 걸 다 정리하고 갔을 텐데."

재 입북 탈북자의 기자회견은 벌써 네 번째, 지난해 6월, 박인숙 씨를 시작으로 7월 전영철 씨, 11월 김광혁-고정남 부부 등 모두 아홉 명의 탈북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유례없는 재 입북 탈북자의 기자회견은 북한 체제 유지에 ‘탈북자 문제’가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수(서강대 부총장) : "탈북자의 수가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것은 북한 체제유지에 가장 큰 약점이었습니다. 결국 이것을 막는 것은 탈출해서 도망간 사람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정
말 힘든 곳으로 내가 갔었다,라는 것을 그들의 말로 체제 경쟁의 우의를 보이는 것이 제일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북한은 재 입북 탈북자의 입을 빌어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습니다.

<인터뷰> 박인숙(재입북 탈북자/지난해 6월) :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자가 우글거리고 온갖 사회악이 판을 치고 돈이 모든 것을지배하는 인간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회. 이런 사회가 바로 남조선입니다."

또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고자 재 입북 탈북자도 포용해주는 김정은의 은덕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김광혁(재입북 탈북자/지난해 11월) : "조국은 죄 많고 허물 많은 저희들을 오히려 따뜻하게 너그럽게 안아주셨습니다.:

기자회견에 등장한 탈북자들은 자신의 남한행이 한결같이 남한 당국의 회유와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비롯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남한으로 돌리고, 또 탈북자를 받아들이고 정착지원까지 돕는 남한의 내부 갈등을 부추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저 사람들 우리가 엄청난 세금을 들여서 정착 지원 시스템 만들어주고 하는데 그거 조금 어렵다고 도로 북한으로 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서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목적도 있지만 남한 사회를 흔들어 놓으려는 목적이 상당 수 많아요."

탈북자의 잇단 재 입북과 탈북자 위장 간첩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탈북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탈북자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관할 경찰서에서 신변보호와 정착 지원을 돕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탈북자들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탈북자는 2만 4천 6백여 명, 이들에 대한 촘촘한 관리 사생활이나 인권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어 민감한 부분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 지역별로 탈북자 지원을 위한하나센터를 설립했지만,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인터뷰> 김영수(서강대 부총장) : "전문 상담사 제도는 상당히 좋은 제도고 효과도 있는데요. 가장 큰 약점은 탈북자들이 그 상담사를 찾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상담사가 하나센터에 앉아 있고
탈북 동포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런 제도보다는 선생님이 가정 방문하듯이 상담사가 탈북자들을 찾아가는 그러한 좀 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탈북자들이 남한사회 적응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탈북자 정착을 위한 좀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탈북자들 역시 각 개인에 맞는 맞춤 지원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00(탈북자/음성변조) : "매 사람마다 맞춤형으로 지원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일률적으로 지원을 하다보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탈북자들한테 그렇게 (지원)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몸에 닿는 그런 지원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또 탈북자의 재 입북이 북-중 국경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탈북자 스스로 중국 여행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근 정부는 탈북자들의 고충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탈북민 고충.피해 상담전화’를 새로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접수된 내용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일련의 문제들을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동반될 수밖에 없는현상으로 받아들이고, 탈북자를 우리 사회 일원으로 보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뷰> 김영수(서강대 부총장) :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마음의 통일, 사람의 통일을 한다는 차원에서 북한을 탈출해서 온 우리의 반쪽을 한쪽이 되도록 끌어안아야 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되고요. 결국 탈북자들을 제도적으로만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또 애정을 보살필 수 있는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종합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남과 북을 넘나드는 재 입북 탈북자들.

남북 분단이 낳은 또 하나의 비극이자 해결해야 할 당면한 과제인데요.

더 이상 같은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탈북자들의 안정된 정착과 보호 감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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