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최고 수비수, 레이 루이스 ‘마지막 비상’

입력 2013.02.04 (15:50)

수정 2013.02.04 (21:24)

제47회 슈퍼볼은 그 자체로도 명승부였지만 '볼티모어의 심장' 레이 루이스(38)가 있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NFL 17년차 수비수인 루이스에게 4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메르세데스 벤츠 슈퍼돔에서 열린 슈퍼볼 경기는 고별전이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루이스는 슈퍼볼 경기 전 팀 동료를 불러모아 감동적인 연설로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신이 당신 편일 때 누가 당신을 대적할 수 있겠는가? (When God is for you, who can be against you?)"

루이스는 볼티모어의 중앙 라인배커로서 수비진을 이끌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후반 맹추격을 저지하고 34-31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이로써 루이스는 2001년 이후 12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슈퍼볼 반지를 꼈다. 그것도 자신의 현역생활 마지막 무대에서 슈퍼볼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루이스는 NFL 역대 최고로 꼽히는 수비수다. 무려 13차례나 올스타에 뽑혔고 '올해의 수비수' 상도 두 차례나 손에 쥐었다. 올스타 13번은 NFL 통산 역대 2위 기록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루이스에 대해 "그는 마치 혼자 상대팀 11명 선수를 모두 상대한다는 듯이 괴성을 지르며 팀 동료마저 가까이 가고 싶지 않게 만든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루이스가 2001년 슈퍼볼에서 볼티모어의 철벽수비진을 진두지휘할 때 그의 나이는 불과 25세였다.

하지만 그는 슈퍼볼이라는 큰 무대가 안겨다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당시 상대였던 뉴욕 자이언츠의 득점을 단 7점으로 봉쇄하고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당시 볼티모어는 뉴욕 자이언츠를 34-7로 격파하고 1950년 창단 후 첫 슈퍼볼 패권을 차지했다.

루이스는 자신의 두 번째 슈퍼볼 무대인 이날 경기에서 3쿼터까지 단 2개의 태클만 기록할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와이드 리시버 마이클 크랩트리와 타이트 엔드 베론 데이비스에게 번번이 공간을 허용하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루이스의 진가는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루이스는 샌프란시스코의 대추격전이 진행되던 4쿼터에서 2개의 태클에 성공하며 샌프란시스코의 발목을 잡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은 34-29로 뒤진 4쿼터 마지막 공격에서 5야드 터치다운 패스로 역전을 시도했으나, 루이스의 압박에 지나치게 서둘러 던진 나머지 공은 엔드라인 존을 벗어나고 말았다.

지난해 10월 14일 댈러스 카우보이스와의 정규시즌 6주차 경기에서 삼두근을 다친 루이스는 3개월여의 재활을 마치고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의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부터 출전했다.

당시 루이스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 일정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볼티모어 선수들은 NFL 영웅의 고별인사를 조금이라도 늦춰야 한다는 일념 하에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정규시즌을 10승6패로 마친 볼티모어는 인디애나폴리스와의 플레이오프 1회전을 24-9로 쉽게 넘어서더니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1·2번 시드의 덴버 브롱코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모두 승리를 거뒀다.

볼티모어는 이어 샌프란시스코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마침내 정상에 올라 루이스에게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한 작별 선물을 선사했다.

루이스는 경기 후 "솔직히 말해 나보다 더 완벽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면서 감격해 했다.

물론 루이스에게도 어두운 일면이 있다. 루이스는 2000년 애틀랜타에서 있었던 제34회 슈퍼볼 파티에서 다른 두 명의 공모자들과 함께 두 사람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루이스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만 기소돼 15일 만에 석방됐다.

미국 CBS 스포츠는 루이스를 좋아하든 아니면 그의 살인 혐의 때문에 그를 증오하든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루이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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