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드르륵’ 몇 분이면 소품이 뚝딱!

입력 2013.02.07 (08:42)

수정 2013.02.07 (13:30)

<앵커 멘트>

옛날에는 집집마다 '탈탈탈' 재봉틀 소리 쉽게 들을 수 있었는데요.

웬만한 옷 수선은 어머니가 해주셨고요.

저희집도 그랬지만 집마다 어머니가 혼수로 해오시는 재봉틀이 다들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세월에 밀려서 재봉틀은 수선집이나 골동품 집에서나 볼 수 있는데요.

요즘 다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죠?

네, 기능도 다양해지고 디자인도 산뜻해졌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재봉틀로 생활 소품을 다양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양영은 기자, 그래서 이런 재봉틀 강좌도 인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기자 멘트>

네, 저도 취재하기 전까지는 아직도 재봉틀을 가르쳐 주는 곳이 있을까 궁금했는데요.

문화센터도 있고 여성인력개발센터, 전문학원까지 생각보다 가르쳐주는 곳들이 꽤 많이 있더라고요.

지금 보고 계신 이 천 옷걸이가 재봉틀 강좌에서 불과 20~30분 만에 만들어져 나온 겁니다.

세탁소에서 나오는 철제 옷걸이를 변신시킨 건데 꽤 훌륭하죠?

그럼 지금부터 2013년 재봉틀의 현주소를 들여다봅니다.

<리포트>

요즘 주목받고 있는 한 영국 디자이너의 의류 매장입니다.

이 상표의 상징은 다름 아닌 재봉틀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재봉틀의 인기가 다시 꿈틀대고 있습니다.

1960~70년대에는 재봉틀이 여성들의 혼수품이기도 했죠.

그러다 옷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면서 인기가 점차 시들해졌는데요.

그렇다면 요즘 다시 주목받는 건 왜일까요?

한 주부센터에서 재봉틀 강좌가 한창입니다.

주부들 뭘 만들고 있을까요?

<녹취> “이것은 냄비 뜨거울 때 잡아 올리는 것이에요.”

<녹취> “주방 벽에 걸어서 쓰는 수납 주머니예요.”

<녹취> “블라우스요.”

쿠션부터 러그, 아기 신발에 옷까지, 누구라도 조금만 배우면 웬만한 집안 소품들은 직접 만들 수 있는데요.

<녹취> 정윤희(문화센터 강사) : “일주일에 네 번 수업을 받으시면 한 달 정도 후 옷도 만드실 수 있고요. ”

처음엔 옷 수선비라도 아껴볼까 배우기 시작한 재봉틀.

<녹취> “겉과 겉을 마주 보게 놓고 끝 박음질로 먼저 봉제를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하나씩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보니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재봉틀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녹취> 최윤미(인천시 동춘동) : “집에서 못 입는 옷도 고쳐보고 싶고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재봉틀을 배운지 반년 정도 되었다는 중급반 주부들의 오늘 도전하는 과제는 바로 실내화인데요.

기능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살린 나만의 실내화가 30분 정도 만에 뚝딱 완성됐습니다.

이와 짝을 이룰 또 하나의 소품은요.

바로 난방비 절약을 위한 욕실 러그, 깔개인데요.

한 땀 한 땀 프릴을 채우고 밑면에 미끄럼 방지 천까지 대어주면 완성됩니다.

<녹취> 이은영(인천시 서창동) : “자투리 천을 예전에는 활용할 줄 모르니까 그냥 버렸거든요. 이제는 같은 천을 보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이 나고...”

재봉틀과 친해지고 나서는 물건을 버릴 때도 더 신중해졌다는 주부들!

아까 보셨죠?

세탁소에서 준 옷걸이는 천을 덧댄 다음, 안 쓰는 이불솜을 넣어주면 근사한 천 옷걸이로 변신합니다.

어때요?

집안 분위기 달라지겠죠?

그럼 재봉틀 어디서 구할까요?

서울 방산 시장엔 재봉틀 골목이 있는데요.

가정용부터 산업용까지 골고루 있습니다.

예전에는 발틀과 손틀을 돌려 작동하던 추억의 재봉틀이 이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작동되고 실까지 잘라주는 터치형 재봉틀로 그 기능도 진화되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손바닥보다 조금 큰 국내 몇 안 되는 미니 고전 재봉틀이고요.

요즘은 휴대하기 편한 작은 재봉틀이 인기라고 합니다.

<녹취> 문하(재봉틀업체 대표) : “젊은 층들이 배우기 쉽고 가격도 저렴하니까 많이 사용합니다.”

지금 만나 보실 이 분은 재봉틀 골목의 산 증인인데요.

가업을 물려받아 60년째 재봉틀과 함께해온 이봉형씨입니다.

재봉틀 수리일이 지금도 끊이질 않는데요.

매서운 추위에도 손님이 찾아옵니다.

<녹취> 최효선(수원시 연무동) : “집에서 (재봉틀) 주로 수선할 때 많이 이용하거든요. 그런데 (고장이 나서) 너무 아까워서 고치러 왔어요. (재봉틀이) 한 40년 된 거예요.”

<녹취> 이봉형(재봉틀업체 대표) : “1960년대, 70년대에는 모든 주부들이 재봉틀이 있어야 옷을 만들고 또 옷도 귀했기 때문에 재봉틀이 정말 호황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재봉틀의 기능이 좋아지면서 주부들이 리폼이라든가 수선을 하면서 판매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재봉틀로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부가 있어 찾아가봤습니다.

아기자기한 집안 소품부터 딸들의 작은 인형까지 엄마의 손길이 곳곳에서 느껴지는데요.

<녹취> “곰돌이, 이것 엄마가 만들었어요.”

해외에 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각 나라에서 천을 구입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소품들을 만들기 시작한 지 올해 7년째, 아이들이 입고 있는 원피스 역시 엄마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겁니다.

<녹취> 조인숙(고양시 주엽동) : “주위에서 (아이들 옷을) 사는 것은 너무 쉽지만 아이에게 맞는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틈틈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디자인을 기록하고요.

특히 그녀의 특기는 아이들의 직접 그린 천진난만한 그림을 도안으로 써서 소품을 만드는 겁니다.

손가방과 이불의 캐릭터를 모두 아이들 그림을 그대로 이용해 넣은 것인데요.

아이들이 정말 신기해하겠죠?

조인숙 씨의 재봉틀 활용기는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녹취> 조인숙(고양시 주엽동) : “주위에서 아이에게 (작품이) 예쁘다고 하면 아이들도 좋아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이 작품이 되는구나 그런 기쁨 같은 것을 줄 수 있어 좋습니다.”

편리를 위해 발명된 재봉틀.

하지만 이젠 예술가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감의 도구로, 주부들의 알뜰 생활을 돕는 친구로,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지켜온 천직으로 2013년 재봉틀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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