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노련한 육상선수도 이렇게 바통을 놓쳐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있죠.
기업에서 이어달리기에 비유되는게 바로 가업승계입니다.
인천 주안산업단지를 보면 업체대표들 27%가 자녀에게 바통을 물려줄 나이인 60대이상이었습니다.
고령화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가업승계 실태를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5년 동안 세계시장 1위를 지켜온 기업, 바로 손톱깎이를 만드는 중소업체 쓰리세븐입니다.
하지만, 5년 전 창업주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경영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갔습니다.
<인터뷰> 창업주 미망인 : "깜깜했죠 현찰은 없고 애들은 어리고, 저는 집에서 살림만 하다가 사업을 모르잖아요."
창업주 사위가 가까스로 회사를 되찾았지만 가업의 맥은 이미 끊긴 뒤, 32년 전 설립된 회사는 갑자기 5년차 신생 기업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상묵(쓰리세븐 대표이사) : "신용 평가가 됐든 은행 평가가 됐든 오래된 기업에 대해서 가점이 있는데 저희들로서는 찾지 못하는 입장이 되다보니까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거죠."
중소기업 가업 승계는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갈 때가 고비입니다.
바로 이 시기, 기업의 70%가 맥이 끊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속셉니다.
<인터뷰> 하창화(중소기업 CEO) : "재무구조가 괜찮은데도 상속세 내기는 불가능하죠. 기업을 포기할 생각도 갖고 있어요."
상속세가 해결된다고 가업이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평생을 바쳐 일궈온 기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도 젊은 세대에게 제조업은 기피 대상입니다.
<인터뷰>한희준(제조업체 대표) : "젊은 세대는 제조업을 3D 취급해요. 피곤하다, 힘들다, 안 하겠다, 이거지!"
그래서 매일 아침, 아버지와 아들이 따로 출근합니다.
<인터뷰> 한민국(아들/대기업 직원) : "저는 유통, 특히 패션 쪽에 관심 있거든요. 제가 갈 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기업 승계는 기술과 고용을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과젭니다.
은퇴를 앞둔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눈앞에 닥친 이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앵커 멘트>
100년 넘게 기업을 승계해나가는 비결은 뭘까요?
단순히 기업을 물려받는 게 아니라 창업1세대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가는게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재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요즘 보기 힘든 카세트 테이프 포장재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해외 고객과의 신용을 지키려고 36년째 이 기계를 돌리고 있는 겁니다.
다른 한 편에선 첨단 LCD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광학필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뿐 아니라 차세대 상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설립자는 이런 기업가 정신이 백년 이상 대를 이어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인터뷰> 김상근(상보 대표이사) : "머물러 있으면 성장이 안 되는 것이죠. 사람이 성장하듯이 모든 기업의 관리도 시스템도 혁신해 나가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겁니다."
백 년을 지향하는 기업의 의지는 3만 6천5백일이 빼곡히 적힌 이 '백 년의 달력'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 "무거운 이런 장비들을 저희들은 아주 작고 콤팩트하게 개발을 했습니다."
직접 창업에 뛰어든 창업 1세대에게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있습니다.
기업을 물려주는 것보다 이 기업가 정신을 물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송종호(중소기업청장) : "혼이라는 것은 접목이 안 돼요. 승계가 돼야 해요. 그래서 저는 가업승계도 아버지의 혼이 승계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신이 대를 이어가는 기업의 성공 DNA입니다.
KBS 뉴스 이재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