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건강보험 재정 메우는 편법 논란

입력 2013.03.18 (09:47)

수정 2013.03.18 (09:47)

건강보험 지원용 부담금 매우 커 `수익자부담' 위배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담뱃값 인상안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대폭 늘리는 내용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담금은 대부분 건강보험 지원에 사용돼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담배소비세를 종전 641원에서 1천169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354원에서 1천146원으로 각각 올렸다.

종전엔 부담금이 소비세의 절반 남짓했으나 개정안에서는 같은 수준으로 커졌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담배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아 흡연율을 떨어뜨리려면 강력한 가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담뱃값에 포함된 제세 부담금 가운데 절반만 지방세 방식으로 인상하고 나머지 절반은 건강증진부담금으로 돌린다고 했다. 담배에 붙는 세금이 지방세인 탓에 지방자치단체들이 금연운동을 억제하고 담배판매운동을 벌이게끔 유도하려는 세입구조를 개선하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건강증진부담금을 크게 올리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담배에 붙는 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재원으로 활용되는데 이 기금이 실제 금연사업에 쓰는 돈은 얼마 안 되고 대부분 돈을 건강보험 지원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가령 2011년 기준 국민건강증진기금 1조9천598억원 가운데 246억(1.3%)만이 금연사업에 사용됐다. 이 기금의 절반 이상인 1조631억원(54.2%)은 건강보험 지원으로 흘러들어 갔다. 흡연자들의 쌈짓돈으로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 셈이다.

김 의원의 개정안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금연사업지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의무화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담배 부담금만으로 충당하는 것이 흡연자들에게 과도하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애초 의료보험부담금과 담배사업자부담금을 적립해 재원을 마련했지만 2002년부터는 담배부담금만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담배부담금 액수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도 하다. 애초 갑당 2원에서 2002년엔 150원으로 오른 뒤 2004년엔 354원으로 인상됐다.

개정안대로 부담금이 인상되면 국민건강증진기금도 4조원 가깝게 늘어나 더 많은 돈이 건강보험 지원에 쓰일 수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담배 관련 기금 및 세제개편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부담금 원인자 부과 원칙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모두 흡연자의 책임이어야 하는데 흡연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음주로 인한 경제 손실, 유류 소비로 인한 호흡기질환 피해액 규모보다 작아서다.

대학교수, 연구원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부담금운용평가단은 지난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평가하면서 부담금을 조세로 전환하고 국민건강증진사업 재원은 일반 회계에서 확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장은 "젊은 층과 서민의 기호식품인 담배의 소비를 억제하면서까지 국민건강증진기금 명목으로 거둬들인 돈을 일반 국민을 위한 복지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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