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앞치마를 두른 남편, 요즘 젊은 세대 얘기가 아닙니다.
부엌 출입조차 안 하던 50~60대 남편들이 뒤늦게 요리 배우기에 열심이라고 합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빠르게 줄지어 선 사람들을 따라가 보니 구내식당으로 연결됩니다.
점심을 먹으러 온 외부 단골손님들로, 대부분 50~60대 남성들입니다.
한 끼에 3천5백 원, 은퇴 후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점심땐 20~30분씩 기다려야 합니다.
<인터뷰> 박종윤(67살) : "아침에 여기 와서 누룽지도 먹고 점심도 여기 와서...두 번 먹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대열(68살) : "요즘 집에서 세 끼 다 먹으면 '삼식이'란 말 듣고 마누라한테 칭찬 못 받잖아요."
아예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요리를 배우는 50~60대 남성들도 늘고 있습니다.
메뉴는 제육볶음과 감자조림 등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들.
숨은 고수도 있지만 싱겁다고 한다면 추가적으로 잔량을 더 넣습니다.
서툰 솜씨가 대부분입니다.
65살 차성기 씨가 그동안 갈고 닦은 요리 실력을 가족들 앞에 선보이는 날, 아버지의 첫 작품은 닭볶음탕과 해물파전입니다.
<녹취> "다 탔잖아!"
<인터뷰> 이혜련(차성기 씨 부인) : "결혼하고 처음인 것 같은데요…30년만에 처음?"
중장년층 남성들이 뒤늦게 요리에 입문한 이유는 뭘까?
50대는 주부 재취업이 늘면서 맞벌이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 남자들에게 요리는 필수인 셈입니다.
은퇴한 60대는 소득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 이른바 엥겔지수가 가장 높습니다.
<인터뷰>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앵겔지수가 높다는 것은 외식비 이런 다른 지출을 할 여력이 없는 것이 60대의 특징이죠."
여성의 몫이던 요리가 인생 2막을 살아가는 50~60대 남성들이 갖춰야 할 스펙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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