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4 이슈] 베네수엘라 새 대통령 ‘마두로’ 앞날은?

입력 2013.04.16 (00:01)

수정 2013.04.16 (14:09)

<앵커 멘트>

오늘의 이슈 원, 이번 주 처음으로 찾아갈 곳은 바로 지구 반대편의 남미 베네수엘라입니다

현지시간 14일 열린 베네수엘라 대통령 재선거에서 집권당 후보인 니콜라스 마두로 임시 대통령이 야권 후보를 상대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습니다.

49%를 얻은 엔리케 카프릴레스 후보와 50.6%의 마두로 후보.

그 사이의 표차는 고작 23만 4천여표에 불과했습니다.

당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격차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선거는 초박빙으로 흘러갔습니다.

버스 운전사에서 노조 지도자, 국회의원, 외무장관과 부통령 그리고 이제는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얼핏 보면 인간극장 같은 이 드라마틱한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 남미에 나가 있는 박전식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박전식 기자

<질문> 선거 결과를 접한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반 차베스'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상태에서 차베스 정권을 그대로 승계한 마두로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유, 어떻게 봐야 할까요?

<리포트>

이번 니콜라스 마두로 여당 후보의 승리로 베네수엘라는 당분간 좌파 지도자를 필두로 한 사회주의 세력들이 집권을 연장하게 됐는데요.

차베스 전 대통령이 마지막 암수술 직전 후계자로 지목했던 마두로 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차베스의 분신을 자처했습니다.

따라서 비록 근소한 차의 승리이기는 하지만 일단 반미.반제. 빈민층을 위한 사회주의를 필두로 한 이른바 차베스 주의는 생명을 연장하게 됐습니다.

차베스주의를 지지하는 베네수엘라 시민의 얘기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솔 자바라(베네수엘라 유권자)

<질문> 공식 집계 결과가 발표된 뒤 마두로는 축하 연설을 통해 "차베스가 이끌었던 14년이 연장되는 것" 이라는 승리 소감을 밝혔는데요.

'차베스의 아들'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 새로운 리더, 어떤 인물인지도 궁금합니다.

마두로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좀 짚어 주시죠.

또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답변>

차베스 대통령이 생전에 후계자로 지명한 마두로 부통령은 차베스가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하며 착실히 단계를 밟아 온 정치인입니다

'절대 권력자' 차베스가 암에 걸려 사망하기까지 마지막 2년여 동안 가장 믿고 아꼈던 이른바 '제 2인자'였는데요.

차베스가 쿠바에서 암투병을 하는 동안 수도 아바나를 부지런히 오갔고, 그가 눈을 감을 땐 가족과 함께 임종을 지킨 최측근입니다.

차베스를 찬양하는 마두로 당선자의 육성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마두로

마두로는 1993년 감옥에 있던 차베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베네수엘라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지만 흔한 대학 졸업장조차 없는 입지전적인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공공 버스 운전사에서 노조 지도자로, 그 후 차베스를 도우며 정계에 함께 발을 내딛었는데요.

극단적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동시에 실용적 지도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반면에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은데요.

'차베스의 꼭두각시'라는 오명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지적은 큰 취약점으로 꼽힙니다.

앞으로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입증해 보일지는 온전히 그 자신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상대방 후보 측에서 정부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야권 통합후보로 나선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워낙 근소한 표차인데다가 개표 과정과 결과를 믿을 수 없어 재검표를 하라는 주장인 데요.

그 이면에는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부정선거 의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여당 후보 마두로는 차베스 추모행사를 빌미로 야당후보에 비해 백배 이상 TV노출을 많이 하는 등 훨씬 우월한 지위 속에서 선거운동을 벌여왔습니다.

여기 에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차베스와 맞붙어 선전했던 카프릴레스 야당 통합후보가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1.59% 차라는 근소한 표차로 마두로를 턱밑까지 바짝 쫓아왔기 때문에 더더욱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차베스 지지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선관위와 대법원 등이 개표 결과를 번복한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어보여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질문>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비록 승리는 거뒀지만 마두로 대통령 당선자 앞에는 당장 풀어야 할 현안들이 쌓여 있는데요.

세계 최악의 범죄 문제와 식료, 의약품 부족사태, 두자릿수 실업률까지...

이 부분 앞으로 마두로 당선자가 어떻게 풀어갈까요?

전 정권과 달리 정책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답변>

현재로서는 마두로 당선자가 차베스의 정책을 크게 바꿀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선거 기간 내내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차베스의 정책들이 모두 폐기될 것이라며 자신만이 차베스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수 있다고 누누히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정 선거 논란 속에서 야당 통합후보인 카프릴레스 후보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동력은 예전같지 못하다는 게 현지의 중론입니다.

차베스 같은 카리스마도 없고, 추진 동력도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 지지자들만 믿고 국정을 밀어붙이기에는 힘이 달린다는 얘깁니다.

차베스가 추진해왔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빈곤퇴치 프로그램도 정부 재정이 부족해 이행이 어려워 보입니다.

잘나가는 석유 산업을 믿고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경제 상황이 어려운 이상 일정 부분 방향 선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질문> 베네수엘라는 중남미 내에서도 대표적인 좌파 리더의 역할을 맡아 왔는데요.

차베스 사망과 함께 중남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겠습니까?

이번 선거 결과에 다른 남미 국가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변>

일단 쿠바와 볼리비아, 에콰도르 같은 이른바 좌파 동맹국가들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 입니다.

만약 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더라면 역내 역학구도에 큰 변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중남미 내 라틴아메리카 동맹인 ALBA, 이른바 볼리바르 동맹의 실질적인 좌장 역할을 맡아온 베네수엘라는 쿠바와 에콰도르, 니카라과 같은 회원국들에 저리로 원유를 공급하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는데요.

차베스 사후 에콰도르의 코레아 대통령 등이 알바의 새로운 리더로 언급되고 있습니다만 차베스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질문> 더불어 새로 들어설 마두로 정부.. 단기적으로는 차베스 전 대통령의 반미의지를 계승하겠지만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만큼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불가피하지 않겠습니까?

<답변>

네,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매장량으로 사실상 1위 국가이지만 오히려 정제한 석유를 수입해 써야 하는 등 석유산업 구조에 한계를 갖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생산 원유의 40% 가량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두로 신정부가 어떤 식으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를 새로 풀어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2008년 이후 달러의 차관을 지원 중인 중국과도 장기적인 투자 가능성을 고려해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박전식 특파원 감사합니다.

과연 남미에 봄이 찾아올지.. 전 세계가 새 지도자의 탄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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