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노든 파장 속 ‘표정 관리’

입력 2013.06.13 (10:44)

수정 2013.06.13 (10:44)

사이버 공격 비난 차단 명분 확보…미·중관계 악화 불씨는 부담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일대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적지 않은 반사 이익을 보게 된 중국 정부는 애써 표정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으로서는 무엇보다 미국의 사이버 공격 관련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중요한 명분을 얻게 됐다.

미국은 최근 전방위로 중국발 사이버 공격을 문제 삼고 나선 터였다.

미국 국방부는 5월 발간한 '2013년 중국 군사·안보 태세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과 연방정부 기관 등을 상대로 한 사이버 해킹의 주체로 중국 정부와 군을 직접 지목했다.

이달 7∼8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사이버 공격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스노든이 '미국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미국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명분을 사실상 상실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노든은 12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가보안국(NSA)이 2009년 이후 홍콩과 중국의 표적 수백건에 대해 해킹을 해왔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폭로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이 중국에 사이버 공격 문제를 계속 제기한다고 해도 중국은 스노든의 폭로 사실을 갖고 맞불을 놓으면서 '물타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스노든이 폭로전 무대로 중국의 영향권인 홍콩특별행정구를 택한 것도 중국에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스노든은 홍콩에 남아 미국 정부의 범죄인 송환 요청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홍콩은 중국 영토의 일부지만 특별행정구로서 독립적인 사법 체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일국양제를 명분으로 앞으로 최대 민감 현안이 될 스노든의 송환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배후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대미 관계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스노든 송환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협력을 요청한다면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자국의 인권 운동가와 반체제 인사들에게 정치적 망명을 제공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몽니'를 부릴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 보이지만 중국이 미국 압박 차원에서 아예 스노든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하자는 여론이 상당히 높다.

누리꾼 '작은 고추'는 포털 텅쉰 게시판에서 "중국은 반드시 정치적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며 "미국도 소위 중국 정치범들을 받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으로서도 시 주석이 최근 미국을 방문, 오바마 대통령과 새로운 대국 관계를 형성하기로 한 '역사적인 회담'을 마친 직후여서 스노든 사건 처리에 일정한 부담을 느깔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아울러 중국 정부도 미국의 프리즘과 마찬가지로 악명 높은 인터넷 감시 시스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중국은 자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세계인들이 널리 쓰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의 사용을 전면 차단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미국 정부의 민간인 개인 정보 수집과 인터넷 통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 미국을 겨눈 화실이 다시 자기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중국 주요 언론은 스노든 사건을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보도하더라도 외신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간략히 보도하는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13일 "난 반역자도 영웅도 아니고 일개 미국인이다"라는 스노든의 전날 SCMP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정작 미국이 자국과 홍콩의 표적 수백건에 대한 해킹을 해 왔다는 핵심 내용은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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