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4 이슈] 이란 새 대통령 ‘로하니’, 변화의 바람 부나

입력 2013.06.18 (00:00)

수정 2013.06.18 (07:21)

<앵커 멘트>

현지시간 16일, 이란 거리 곳곳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시민들은 쏟아져 나와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녹취> 테헤란 시민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낙선이 점쳐졌던 온건파의 들러리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큰 표차로 대승하는 이변을 낳았습니다.

하산 로하니, 새 대통령 당선자는 현 강경 보수정권과는 대척점에 서있습니다.

그런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 그의 공약들인데요.

언론자유와 여권신장, 소수민족 인권 보호, 그리고 서방 제재 해제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눈앞에 닥쳐온 중동전쟁의 위협과 시리아를 사이에 둔 서방 국가들과의 대립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란으로 가보겠습니다.

이영석 특파원!

<질문> 이번 대선, 투표 결과가 전망과 많이 달랐죠?

대부분의 언론이 결선투표를 예상했었는데요.

<답변> 네, 이번 선거는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후보가 개표 초기부터 크게 보수 후보들을 앞서나가더니 큰 차이로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당초 개혁적인 후보들이 후보 심사에서 사전 탈락하면서 투표 직전까지도 시들한 관심 속에서 치러진 이번 대선은 보수파의 강세가 예상됐지만,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겁니다.

2차 투표도 없이 온건파인 로하니 후보는 과반 이상을 얻으며 이란의 11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로하니 당선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질문> 취임식은 오는 8월이지만 로하니 당선자, 벌써 개혁 드라이브를 시작했는데요.

그러면서 과거의 행보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죠?

<답변> 네, 로하니 후보는 이번 대선 출마 후보 가운데 유일한 성직자 출신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친미 왕정이었던 팔레비 왕조에 반대해 호메이니와 함께 이슬람 혁명에도 가담을 했고요, 혁명 이후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각종 외교 협상에 참여해 '외교의 왕'이란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지난 2003년에는 초대 이란 핵협상단 수석 대표로 활동하면서 서방과의 타협으로 제재를 피해가는 뛰어난 외교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정책 공조를 유지하면서 보수 성직자와 군부는 물론 개혁 세력과도 협력하는 중도 노선을 지향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현지 기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질문>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로하니 당선자가 이란의 민심을 사로잡은 배경,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답변> 네, 이번 온건파 후보의 승리는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개혁 열망이 표출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란은 현재 핵 개발 문제로 서방 세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요.

경제 제재가 길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돈줄인 석유 수출길이 상당부분 막히면서 이란 통화가치는 70%나 급락했고, 인플레이션율도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불만이 쌓이면서 핵 개발을 주도해 온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와 현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등 보수 세력에 대한 반감이 분출됐다는 평가입니다.

<질문>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지난 8년 동안 사사건건 서방 세계와 부딪혀 온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는 달리 긴장이 완화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죠.

핵개발 등 기존 이란의 강경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까요?

<답변> 네.

변화의 기대는 커지고 있지만 대선 이후에도 이란의 대외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바로 이란의 독특한 권력 체계 때문인데요, 이란 권력 구조의 정점에는 대통령이 아닌 최고 지도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권이 적은 대통령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질문> 여기서 잠시 이란의 내부 상황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신정국가인 이란은 성직자 출신의 국가최고지도자가 군부와 사법부, 종교계를 아우르는 막강한 권한을 갖습니다.

국가 지도자 운영회의에서 선출이 되면 죽을 때까지 직을 유지하는 종신직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대통령은 내각 임명권만 가지고 있고, 의회에서 발의된 법안의 최종 비준까지 최고지도자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고지도자가 건재한 상황에서 새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이영석 특파원, 그렇다면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 네, 대체적으로는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은 온건파인 로하니 후보가 압승하자 핵 문제를 놓고 이란 새 정부와 직접 대화할 준비가 있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유럽연합도 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다며 조심스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동 국가들은 그동안 핵개발과 이란의 시리아 사태 개입 문제 등으로 이란과의 관계가 상당이 나빠졌었는데요.

새 대통령 선출이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이라는 반응과 변화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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