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4 이슈] 유럽에 번지는 극우주의 광풍

입력 2013.06.18 (00:08)

수정 2013.06.18 (07:26)

<앵커 멘트>

연일 계속되는 일본 극우 세력의 망언과 도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분노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과연 일본만의 문제일까요.

최근 이탈리아 축구팬들의 가수 싸이에 대한 야유에서 볼 수 있듯, 인종 차별로 상징되는 극우의 망령은 유럽에서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되살아나고 있는 유럽의 극우주의, 국제부 이민우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우선 최근 사건부터 짚어볼까요? 프랑스 극우단체 회원들이 대학생을 때려 숨지게 한 일이 있었죠?

<답변> 정치적 견해차가 살인까지 불러온 것인데요, 이른바 똘레랑스, 관용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프랑스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일,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극우 반대운동가인 대학생 클레망 메릭이 극우주의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습니다.

이들은 '제3의 길'이란 극우단체의 폭력조직 소속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마뉘엘 발스(프랑스 내무장관) : "클레망은 헌신적인 좌파 운동가였습니다. 의심되는 단체는 극우 세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분노한 학생들은 극우주의자들의 폭력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는데요,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는 극우정당 후보가 약 18%의 표를 얻었습니다.

<질문> 그럼 이웃나라 독일로 가볼까요? 독일에서도 지금 新나치주의자에 대한 재판이 열려 극우주의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죠?

<답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일어난 최악의 극우테러로 기록된 사건인데요.

이민자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가 자행됐습니다.

'핑크 팬더'라는 유명한 만화죠.

자세히 보시면, 사람들 얼굴이 차례 차례 등장합니다.

지난 2000년부터 7년동안 新 나치주의자들에게 살해당한 희생자들입니다.

극악한 범죄 뒤 뻔뻔하게 이런 동영상까지 만든 것이죠.

용의자는 '나치의 신부'라는 별명의 38살 베아테 체페.

극우단체 소속인데요.

공범들과 함께 터키인 8명과 그리스인 1명 등 10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평범한 중산층 청년들이 저지른 극우 테러라 더욱 충격적이죠.

<질문> 독일은 철저한 과거사 청산 작업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런 나치의 잔재가 남아있군요?

<답변> 과거를 깨끗이 씻어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거겠죠.

신나치의 독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독일 정부도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모털'이란 극우단쳅니다.

하얀 가면이 섬찟하죠?

반 세계화를 이루지 못하면 독일 민족이 멸망할 것이라며 선동하는데요.

이런 '네오나치' 단체가 지난 2009년 5천개에서 2011년에는 6천개로, 해마다 수백개 씩 늘고 있습니다.

독일 내 극우주의자의 숫자는 2만 2천명 정도로 파악됩니다.

<질문> 이번엔 더 남쪽으로 내려가볼까요?

경제 위기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도 극우주의의 광풍이 불고 있죠?

<답변> 그리스는 '경제위기로 붕괴된 유럽의 미래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민자를 겨냥한 광기가 가득합니다.

이들은 그리스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 지지자들입니다.

이 정당은 대놓고 나치즘을 표방하며 인종차별적 폭력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지난해 선거 구호가 뭔지 아십니까?

"거리의 쓰레기를 쓸어버리자"였습니다.

이민자들을 쫓아내자는 거죠.

<인터뷰> 니콜라오스 키라로리아코스(그리스 '황금새벽당' 대표) : "헬레니즘의 새로운 새벽이 떠오르고 있다. 조국의 배반자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것."

선거 결과 6.9%의 득표율을 얻어 제3정당으로 발돋움했는데요.

유럽평의회가 유럽의 나치당이라며, 그리스 정부에 조사를 요청할 정돕니다.

<질문> 외치는 구호도 충격적이지만, 이런 구호가 많은 국민들에게 통했다는 점도 충격적이네요. 다른 유럽 국가는 어떻습니까?

<답변> 유럽 거의 전역에서 극우 정당들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심지어 민주주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영국까지 덮쳤습니다.

지난달 영국 사우스실즈에서 하원 보궐선거가 열렸는데요.

극우정당인 독립당이 집권 보수당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습니다.

유럽연합 탈퇴와 국경 통제를 주장하는 당인데, 당 로고도 영국 통화인 파운드입니다.

지난 2월의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오성운동'이란 당이 3위를 차지하며 약진했는데요,

유럽연합 탈퇴와 이민 금지 등 극단적 공약을 내걸고 25% 가까운 지지를 얻었습니다.

유럽 전체적으로도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등에서 극우 정당이 기반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질문> 그 기반이 확대되고 있군요.

조금전에 독일 극우파에 대해서는 알아봤는데, 유럽 극우파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답변> 그 정확한 숫자를 산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저 막연하게 최대 수십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인데요.

몇년 전 영국 기자들이 인종차별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무슬림 출신 이민자로 위장해 한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평범하던 마을은 갑자기 인종 차별의 광기에 휩싸였는데요.

잇딴 욕설과 폭력 앞에 결국 도중에 취재가 중단됐습니다.

누구든 언제든지, 인종 차별을 앞세운 극우주의에 휩쓸릴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죠.

<질문> 더 큰 문제는 이런 극우파의 득세가 범죄로까지 이어진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답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은 꾸준히 공동체를 꿈꿔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정반대로 유럽에 인종 증오 범죄가 판치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 2011년,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기억하십니까.

극우주의자의 소행으로 모두 77명이 숨졌죠.

유럽 극우주의의 위험성을 만천하에 알린 계기가 됐는데요.

국제 반테러리즘 센터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유럽에서 극우 범죄로 희생된 사람은 249명입니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와 비슷한 수준이죠.

<질문> 그럼 최근 들어 이렇게 유럽에서 극우파가 극성인 이유는 뭘까요?

<답변> 나라마다 정치, 경제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이유야 천차만별이겠죠. 하지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유럽을 덮친 경제난입니다.

높은 실업과 빈부 격차 등 경제적 불안 상황을 모두 이민자 탓으로 돌리며, 인종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죠.

일각에선 혼란한 정국을 틈타 나치가 득세했던 2차 세계대전 당시와 비교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경제 침체가 길어지고 청년 실업이 늘어나면서 극우주의가 10대 청소년들에까지 파고 들고 있다는 점인데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의 급증, 여기에 장기 경기 침체까지 겪고 있는 우리로서도, 결고 먼 나라의 얘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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