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주행 중 뇌경색 ‘아찔’…산재 공방

입력 2013.07.01 (06:17)

수정 2013.07.01 (07:38)

<앵커 멘트>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 기사가 뇌경색 증세를 보이면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버스 기사들은 업무상 과로라며 산재를 신청했지만 회사와 근로복지공단은 개인 질환일 뿐이라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곽선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20년째 고속버스 회사에서 일해온 박모 씨,

지난 3월, 승객 20명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팔과 다리가 마비되는 뇌경색 증세를 겪었습니다.

<녹취>박OO(고속버스 기사): "차가 비틀비틀 해버렸지. 아주 정신이 흐려지고 팔다리 마비 오고, 말도 안 나오고. 간신히 쉼터로 (갔죠)."

같은 회사에 다니는 김모 씨도 2년 전 운전 중 뇌경색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녹취>김한호(고속버스 기사): "운전할 때도 불편하죠. 한쪽이 마비되는 것처럼 쥐나려고 하니까."

이들은 장거리 운행 등으로 인한 업무상 과로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습니다.

뇌경색 등 심혈관 질환은 개인 병력 등 발병 요인이 다양해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입니다.

사측도 공단에 보낸 의견서에서 산재 승인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OO고속 관계자(음성변조): "병가를 14일을 유급으로 실시하고 있거든요. 병가 기간에도 치료가 되지 않으면 휴직제도를 마련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기간을 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속 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차량 운행 시간을 맞춰야 하는 부담감 등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이철갑 (교수/조선대 산업의학과): "어떤 직종이 위험한 직종인지 고려해 (산재여부를)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이 그냥 전체 근로자에 똑같이 적용하고 있죠."

최근 4년간 이 고속버스 회사에서 산재로 인정받은 직원은 23명,

이 가운데 뇌경색 같은 심혈관질환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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