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찰리우드’, 세계 영화판 흔들다

입력 2013.07.04 (00:12)

수정 2013.07.04 (07:32)

<앵커 멘트>

현재 극장가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월드워Z'입니다.

좀비를 소재로 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에서는 좀비 바이러스의 최초 발원지가 중국인데요, 영화에선 우리나라로 나옵니다.

왜 그랬을까요?

중국에서 영화를 말썽 없이 개봉하기 위해 바꾼 겁니다.

중국 영화산업이 세계 2위로 급성장하면서 거대 중국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의 눈치 보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세계 영화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영화시장, 국제부 기자와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박수현 기자.

<질문> 올 들어 특히 중국 관객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헐리우드의 이례적인 노력들이 눈에 띄네요?

<답변> 예 최근 개봉했던 ‘아이언맨3’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기록했는데요.

아이언맨의 힘의 원천이 중국산 우유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중국 관객들만 아는 비밀입니다.

아이언맨의 중국 버전에는 4분 가량 우리가 보지 못한 장면이 들어가 있는데요.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중국산 우유인‘구리두오’를 마시고요.

불사신에 가까운 아이언맨이 부상을 당하자 중국 의사가 등장해 고칩니다.

중국인들을 위한 일종의 보너스 장면이었는데요.

정작 중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녹취> 중국 관객

<질문> 중국 상영을 위해서 이렇게 영화에 특별 장면이 추가되기도 한다면 반대로 특정 장면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겠군요?

<답변> 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성적, 혹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은 영화에 대해선 가차없이 가위질을 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입니다.

지난 4월 중국 개봉 첫날, 갑자기 상영이 중단됐는데요.

중국 검열당국에서 뒤늦게 영화 속 누드 장면을 발견해, 재검열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007시리즈의 최신작 ‘스카이폴’도 검열 탓에 영국, 미국 등에 비해 개봉이 석 달이나 미뤄졌습니다.

프랑스 청부살인업자가 중국 공안요원을 죽이는 장면, 영화 속 악당이 중국 정보 요원에게 고문을 받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모두 잘려 나갔습니다.

<녹취> 로버트 케인(미국 영화산업 관계자) : “중국은 검열뿐 아니라, 자국의 시장에 맞는지 여부를 따집니다. 정치와 범죄에 민감합니다. 영화에서 중국이 훌륭하게 비춰지길 바랍니다.”

<질문> 중국 당국의 입맛에 맛게 영화가 잘려 나가고 환심을 사기 위한 장면은 추가 되고,, 아무리 수익을 위해서라지만 좀 지나쳐보이는데요, 비판은 없습니까?

<답변> 네, 지금 중국 안팎에선 세계 영화 시장의 중국 효과가 창작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페임',‘에비타’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영화감독 알란 파커 경은, 수익만을 쫓는 헐리우드 영화 제작사들과 중국 검열 당국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알란 파커(영화감독) : “영화감독이자 작가로서, 중국 내 외화 상영을 결정짓는 40명의 정부 검열관들의 입맛에 맞춰 영화를 편집한다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입니다.”

‘007 스카이폴’검열로 논란이 됐던 지난 1월에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까지 나서 이례적으로 당국의 영화 검열을 비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시로타(칼럼리스트) : “중국에서 상품을 팔려고 하면 악마와 거래를 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중국의 법적인 규제뿐만 아니라, 그들의 검열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은 중국 정부가 인민들을 통제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행위입니다.”

<질문> 그런데 이런 비판 속에서도 외국 영화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역시 돈인가요?

<답변> 네, 한마디로 돈 때문이죠.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영화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화면을 보실까요?

중국 박스 오피스 수입입니다.

한 분에도 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죠.

2007년 4억 달러였던 수입이 5년 사이에 무려 7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27억 7천만달러, 우리돈으로 3조가 넘는 수입을 거뒀습니다.

98억 달러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일본과 영국 프랑스를 모두 제쳤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5년 뒤엔 미국을 추월해 2025년엔 미국의 2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내 스크린 수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2천 개의 스크린이 새로 생겼고요, 연말까지 5천 개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질문> 정말 무서운 성장인데, 그래서 아예 중국을 타깃으로 제작되는 외국 영화도 생겨나고 있다고요?

<답변> 네, 최근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들이 중국의 제작사들과 손을 잡고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인 ‘트랜스포머'의 제 4편이 오는 10월부터 중국에서 촬영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만리장성, 자금성 등 중국의 명소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고요, 영화의 여주인공 역시 중국 배우 리빙빙이 맡게 됐죠.

마이클 베이 감독은 영화의 3분의 1 정도에 중국적 요소를 넣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질문> 중국과 이렇게 공동제작을 하면 중국 관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 말고도 숨은 더 큰 이점이 있다면서요?

<답변> 예 중국의 막대한 스케일과 거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을 수 있는 건 기본이고요.

중국의 외화 수입 규제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상영할 수 있는 외화는 일년에 34편뿐입니다.

그런데 외국과 중국 영화사의 공동 제작물은 중국 영화로 인정이 돼, 이 제한에 걸리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공동제작도 검열 때문에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전에 줄거리를 까다롭게 검열하구요, 당국 관계자가 현장에 나와 제작과정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녹취> 로버트 케인(퍼시픽 브릿지 픽쳐스) : "검열 그 자체도 큰 문제지만, 검사와 승인을 받는 과정 자체가 매우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매우 자의적입니다."

중국 영화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의 china와 할리우드를 합친 찰리우드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침체기에 접어든 세계 영화 시장에 중국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왜곡된 방향으로 덩치가 커진다면 인류의 소중한 예술이자 오락인 영화의 발전에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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