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국적은 달라도 나는 한국인

입력 2013.08.02 (08:40)

수정 2013.08.02 (10:35)

<앵커 멘트>

우리나라에 '뿌리의 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해외 입양을 많이 보낸 걸 생각하면 어떤 곳인지 감이 오시죠.

이 뿌리의 집에 요즘,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많이 오고 있다는데요 노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 분들, 이름은 외국 성명이어도 생김새와 마음은 한국적이죠?

<기자 멘트>

해외 입양인들의 국내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뿌리의 집인데요.

이곳에서 만난 입양인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국적은 다 달랐지만 외모는 분명히 한국인이었습니다.

한때는 입양됐다는 사실이 상처였지만 이제는 모두 훌훌 털고 더 늦기 전에 한국에 있을 친가족을 꼭 만나고 싶다며 돌아온건데요.

이들의 서울생활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청운동의 한 주택.

모습은 분명 한국인이지만 모두 미국, 독일 등 해외국적을 가진 입양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뿌리가 한국인 만큼 입맛도 당연히 한국적입니다.

<녹취> “한국식 커리 좋아요. 덴마크에 있으면서 김치를 집에서 담가 먹었어요. 그립네요.”

이들이 머무는 곳은 입양인들이 각자의 사연을 품고 한국을 찾았을 때 쉼터 역할을 하는 게스트하우스 뿌리의 집입니다.

<인터뷰> 크리스티나(미국 입양) : “1982년 하와이로 입양됐습니다. 제 한국 이름은 임덕희입니다.”

<인터뷰> 마들렌 주웨버(독일 입양) : “생후 6개월에 입양됐습니다. 한국 이름은 김주희입니다.”

<인터뷰> 한나 소피아(스웨덴 입양) : “제 한국 이름은 김정열입니다.”

해외 입양인들이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값비싼 호텔을 전전해야 하는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한 사람들이 10년 전 후원을 하면서 탄생했습니다.

뿌리의 집을 찾는 입양인들의 공통적인 희망은 역시 부모님을 찾는 것.

비록 입양됐지만 이제는 친부모를 만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도현(목사/뿌리의 집 원장) : “(뿌리의 집은) 외국에서 돌아오는 입양인들에게 따뜻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10년 전에 시작했고요. 자신들의 삶의 여정에 얽혀 있는 경험들을 다른 입양인들과 함께 정말 가족처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는 곳입니다.”

뿌리의 집에서는 입양인들의 친부모 찾기는 물론 한국문화를 접하고 그를 통해 한국을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터뷰> 마들렌 주웨버(독일 입양) : “비록 많은 입양인이 오고 가고 하지만 서로 가족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가끔 여기 게스트 하우스에 와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절대 혼자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많이 도와줍니다.”

<인터뷰> 크리스티나(미국 입양) : “모두 알아차릴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오는 그 자체로 감정적인 기분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많은 돈이 들게 마련인데 뿌리의 집을 통해서 한국에 싼 비용으로 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입양인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고 매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마들렌과 크리스티나 씨.

모처럼 짬을 내 서울 구경에 나섰는데요.

TV로만 보던 아름다운 풍경에 금세 빠져듭니다.

<인터뷰> 크리스티나(미국 입양) : “정말 예뻐요.”

<인터뷰> 마들렌 주웨버(독일 입양) : “도시 가운데 오아시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더위를 식히러 청계천에 나온 가족들을 보니, 비록 얼굴조차 알지 못하지만 한국땅 어딘가에 있을 가족이 더욱 그리워지는 마들렌과 크리스티나 씨.

외국에서 자랐지만 자신은 여전히 한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마들렌 주웨버(독일 입양) : “여기에 오면 최대한 오래 있으려고 합니다. 여기에 있으면서 한국의 문화와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제 친부모님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꼭 찾고 싶습니다. 한국이 정말 좋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티나(미국 입양) : "한국인들은 정말 친절하고 착합니다. 저는 김치를 좋아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 종류는 오이소박이입니다. 무김치도 좋아합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뿌리의 집이 분주합니다.

입양인들이 향한 곳은 실종 아동은 물론 헤어진 가족들을 찾아주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하지만 이곳에서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의 세월이 흘러 친부모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인적사항을 확인하지만 당시 기록들이 정확하지 않거나 부모의 생존 여부 자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요.

<인터뷰> 이건수(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경위) : “동명이인들에게 연락을 하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몰라요.”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말에 표정은 벌써 굳어지는데요.

네덜란드에서 온 하나 오옌 씨 부부는 부모님 찾기에 실패한 남편의 전철을 아내마저 따라갈까 더욱 애가 탑니다.

DNA 검사를 하기 위해 기구를 문지르는 손에는 자꾸만 힘이 들어가고 또 들어갑니다.

친부모나 가족의 DNA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쉽게 찾기 힘들지만, 입양인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입니다.

<인터뷰> 이건수(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경위) : “부모님들도 많이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포기하지 않으면 꼭 만나게 되더라고요, 많은 분이.”

하나 씨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데요.

<인터뷰> 하나 오옌(네덜란드 입양) : "정말 감사합니다. 본인이 모든 것을 떠맡아 일을 도와주니 고맙습니다. 매우 뜻깊은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비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한나 소피아(스웨덴 입양) : “스웨덴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제 한국인 가족도 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만나보고 싶고, 나를 버렸다는 이유로 화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찾을 수만 있다면 저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저를 만나고 싶거나 대화를 하고 싶어 저에게 전화를 개인적으로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마흔의 한나씨는 친부모를 찾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봅니다.

<인터뷰> 김도현 목사(뿌리의 집 원장) : “모든 입양인의 가슴 속에는 자신이 친가족과 헤어졌다는 상처가 있고, 그리고 자신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매우 따뜻하게 친절하게 그리고 온 힘을 다해서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뿌리의 집을 찾은 입양인은 3천여 명 정도.

그 중 100여 명만이 부모를 찾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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