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중국 최대 정치 스캔들 ‘보시라이 재판’ 향방은?

입력 2013.08.23 (00:00)

수정 2013.08.23 (08:13)

<앵커 멘트>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최대의 정치재판'이라 불리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재판이 현지시간 22일,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수뢰, 횡령, 그리고 직권남용의 혐의를 다룰 이번 재판은 이례적으로 전 과정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등 중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녹취> 리우옌지에(중국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대변인) : "이번 (보시라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국가와 인민의 이익에도 중대한 손실을 끼쳤습니다."

화려하게 정계에 진출한 이후 탄탄대로를 밟아왔던 차세대 지도자 보시라이의 실각은 측근 왕리쥔의 망명 시도와 지도부의 권력 투쟁설까지 얽히면서 중국 공산당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이 형식적인 '정치쇼'에 불과하고 이미 물밑협상이 끝났다는 비판적인 분석도 제기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중국으로 가 보겠습니다.

박정호 특파원 !

<질문> 드디어 어제 오전, 보시라이 재판이 막을 올렸죠.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몰려 있던 사건인데, 박 특파원, 먼저 진행 상황부터 정리해볼까요?

<답변> 네, 어제 중국 산둥성 지난시 인민법원에서 1년 5개월만에 대중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보시라이의 재판이 시작됐는데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삼엄한 경계 속에서 중국 경찰은 새벽부터 장애물을 설치해 철저하게 일반 차량의 통행과 법원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또 법원 주변엔 무장 경찰들이 대거 배치됐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보시라이의 뇌물 수수액과 공금 횡령액은 모두 2천679만 위안, 우리돈으로 약 50억 원 정도의 엄청난 규모인데요.

하지만 보시라이가 첫날 재판에서 주요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고됐습니다.

뇌물수수와 공금 횡령 및 직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보시라이 재판은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질문> 박정호 특파원, 보시라이는 고위 관료들의 자제로 구성된 태자당의 핵심 인물로 한때 중국 차기 지도부 입성까지 노렸던 거물인 만큼 이번 재판에 쏠린 중국 사회의 관심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답변> 네, 보시라이는 중국 8대 혁명원로 보이보 전 부총리의 아들인데요.

중국 동북지역의 해안도시 다롄시의 시장과 랴오닝성 성장을 거쳤고 2007년엔 중앙정치국 위원에 진입하면서 충칭시 당서기를 겸임했습니다.

충칭시 당서기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해 관내 조직폭력배를 소탕했던 보시라이는 혁명가요 부르기 캠페인, 분배를 중시하는 단호한 경제 정책 등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데요.

당시 영상이 들어와 있습니다, 먼저 보시죠.

<녹취> 보시라이(2006년 충칭시 당 서기 당시)

마오쩌둥의 후계자, 중국내 극좌파를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를 정도였다고 하면 그 인기가 짐작이 되시죠.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보시라이는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시진핑 당시 국가 부주석과 경쟁을 벌이며 중국의 차기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출까지 예상되어 있던 인물이었으니 한순간에 몰락한 '보시라이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도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중국 시민들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우쿠이잉(산둥성 지난 시민) : "바로 공산당 내부의 정치투쟁입니다.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면 밀려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일 뿐입니다."

<녹취> 류윈(산둥성 지난 시민) : "아무리 높은 관리라도 나쁜 짓을 저지르면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질문> 그 정도의 인물이 지금은 사법처리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는데요, 몰락 과정도 매우 드라마틱했죠?

보시라이의 아내가 한 영국인 사업가의 죽음에 휘말린 정황이 공개되면서 정치계 거물이 한순간에 최대의 정치 스캔들에 휩싸인 것 아닙니까?

<답변> 네, 그렇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는 보시라이의 몰락은 아내 구카이라이가 영국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동시에 시작됐는데요.

보시라이는 사건을 수사한 충칭시 공안국장 왕리쥔이 자신에게 사건의 전말을 보고하자 오히려 왕리쥔을 공안국장에서 내쫓습니다.

그러자 왕리진은 신변의 불안을 느끼고 스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으로 도피해 망명을 신청하죠.

이것만 해도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는데 보시라이가 왕리쥔의 신병 확보를 위해 미국 총영사관에 무장경찰까지 보내면서 중앙정부 측의 경찰들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이후 보시라이의 처리 문제를 놓고 중국 지도부 권력투쟁 양상까지 벌어졌을 만큼 논란이 극심했는데요.

아내 구카이라이가 자백을 하면서 보시라이 역시 본격적인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질문> 그런데 중국 법원, 이례적으로 이번 재판을 문자로 생중계까지 하고 있거든요, 사실상 재판 과정을 거의 공개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요.

박정호 특파원, 그렇다면 이번 재판을 통해서 중국정부가 얻고자 하는 게 뭘까요?

<답변> 네, 과거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나 부인 구카이라이의 재판과는 달리 보시라이 재판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 재판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큰 탓도 있지만 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번 재판을 통해 시진핑 지도부가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하고 통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보시라이가 주도한 '충칭 모델'의 이면에는 법치가 아닌 인치로 인해 심각한 규율 위반과 부정부패가 있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시킴으로서 보시라이의 배후 정치세력과 지지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현재 최소 15년형 이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보시라이, 사형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데요.

과연 중국 재판부가 거물급 정치인 보시라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