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 실종사건’ 발생부터 시신 발견까지

입력 2013.09.23 (15:22)

수정 2013.09.23 (15:23)

용의자 묵비권 행사·실종자 행방 묘연…수사 장기화
실종자 며느리 진술로 강원도 야산서 시신 1구 발견

인천에서 10억원대 원룸건물을 보유한 김모(58·여)씨는 1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미혼인 큰아들과 함께 살았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둘째 아들은 2011년 결혼해 분가했다.

두 아들이 모두 장성해 남부러울 것 없던 김씨는 장남 정모(32)씨와 함께 지난달 13일 홀연히 사라졌다. 평소 김씨가 다니던 노래교실의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경찰에 신고한 건 차남 정모(29)씨였다. 정씨는 지난달 16일 인천 남부경찰서 학동지구대를 찾아 "어머니가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김씨와 장남이 실종된 지 사흘이 지나서였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벌이던 차남 정씨의 일부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정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어머니'와 '형' 등의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행적에 모순된 점이 많다며 차남 정씨를 지난달 22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정씨는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와 달리 입을 굳게 다문 채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정씨의 존속살인 혐의와 관련된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한 경찰은 결국 체포 16시간 만에 정씨를 풀어줘야 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정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실종자의 행방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수사는 길어졌다.

그 사이 경찰은 정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 수집과 실종자 수색에 집중했다.

일단 정씨가 지난달 14일 형의 혼다 시빅 차량을 몰고 이동한 경로를 추적했다. 당일 오후 2시께 인천에서 출발한 이 차량은 동해IC를 거쳐 울진, 태백, 정선을 들렀다가 제천IC를 지나 다음 날 오전 7시께
인천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같은 날 정씨가 경북 울진군 내에서 차량으로 50분가량 걸리는 구간을 5시간 30분 만에 통과한 사실에 주목했다. 이 시간 동안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정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지난 5∼7월 총 29편의 살인·실종 관련 방송 프로그램 영상을 내려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씨가 내려받은 동영상 중에는 부친살해 사건을 다룬 시사고발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모든 정황 증거들이 차남 정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22일 오전 10시 50분께 정씨를 자택에서 다시 체포했다.

그러나 정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다. 형의 차량을 당시 운전한 적이 없다고 했다.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는 뜻밖에도 차남의 부인(29)에게서 나왔다. 최근 그는 남편이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경찰에 진술했다. 평소 차남 정씨가 도박을 즐겼던 강원도 정선의 한 야산과 정씨의 외가가 있는 경북 울진의 한 저수지였다.

경찰은 정씨 부인을 대동하고 23일 시신 수색 작업을 벌였다. 결국 이날 오전 9시 10분께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가사리의 한 야산에서 김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청테이프와 비닐로 포장된 채 이불에 싸여 있었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실종사건의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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