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취업대란…성형에 과외까지

입력 2013.09.24 (08:42)

수정 2013.09.24 (10:10)

<앵커 멘트>

삼성그룹이 어제부터 하반기 공채 원서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어디가 됐든 취업준비생들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애가 탈 텐데요,

취업 전쟁은 이제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요즘에는 성형 수술도, 지원하려는 회사에 맞추어서 할 정도라고 한다는데요,

노태영 기자가 알아보셨다구요?

<기자 멘트>

예를 들어 삼성그룹은 눈매가 또렷하고 선한 인상을 좋아한다든지, 호텔 등 서비스 업종에서는 세련된 얼굴을 선호한다, 이런 속설이 나돌면서 기업 맞춤형 성형 수술을 받는 구직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취업 난이 심각하다보니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술까지 받는 건데요.

이뿐 아니라 수백 만원까지 드는 일대일 취업 과외는 없어서 못받을 정돕니다.

최악의 취업전쟁 속, 취업으로 가는 좁은 문을 뚫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취업 준비생 최유진 씨.

대기업 입사시험을 앞두고 한 달 전 성형수술을 감행했습니다.

<인터뷰> 최유진(가명/취업준비생) :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선하고 참한 이미지를 호감적으로 보기 때문에 눈(쌍꺼풀)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기업에서 날카로운 인상보다는 선한 인상을 선호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유상욱(성형외과 전문의) : "대기업들이 또렷해 보이는 눈매, 좀 선해 보이는 인상들을 좋아하세요.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인상은 호텔이나 백화점이나 어떤 기업의 군에 따라서 선호하는 느낌은 당연히 있고요."

최근 극심한 구직난 속에 각 기업마다 선호하는 얼굴형이 있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성형수술로 얼굴형까지 바꾸려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상욱(성형외과 전문의) : "이미지 이런 것들이 면접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지금 현재 한국 상황이기 때문에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구직자 비율이) 상당히 많이 올라가게 되고…."

좁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구직자들에게, 성형도 학점이나 자격증과 같은 스펙의 하나로 떠오른 겁니다.

<인터뷰> 최유진(가명/취업준비생) : "외모도 하나의 스펙이라고 생각을 해요. (성형을 통해) 준비하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한 취업컨설팅업체.

취업준비생 정영제 씨는 고가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이미지 트레이닝과 면접 지도를 받고 있는데요.

<녹취> "(자켓) 단추는 잠그는 것이 좋습니다. 단추가 보이게 되면서 상대방이 봤을 때 좀 단정하지 못한 인상을 줄 수가 있어요. (목소리가) 좀 낮은 톤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하셔야 힘 있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정영제(취업준비생) : "요즘 취업하기도 만만치 않다 보니 이렇게 컨설팅을 받아서 저만의 특별함을 찾아서 면접에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홍준기(취업 컨설팅 업체 대표) : "그동안 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보내셨나요? 학점 관리는 많이 소홀하셨던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합니다."

서류 작성법부터 실제 입사시험을 방불케 하는 모의면접까지, 이제는 취업도 과외를 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인터뷰> 홍준기(취업 컨설팅 업체 대표) : "과거에 영어 학원이라든지 스피치 학원이라든지 단순하게 취업에 대한 대비를 하던 과정을 벗어나서 이제는 (구직자들이) 전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업체들을 찾아가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취업난이 바꿔놓은 세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엔 입사 시험도 기업 맞춤형 전략이 뜨고 있는데요.

출판가에서는 각 대기업별 입사시험 전용 교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 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 대기업 입사용 교재를 쌓아보니, 높이가 1미터에 달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삼성 관련 입사 시험 교재만 무려 63종!

LG와 현대차가 22종, SK도 열 가지가 넘습니다.

책값은 2만 원대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는데요.

매달 수십 만원에 달하는 취업 준비 비용에 부담이 더 늘었지만, 구직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일천(취업준비생) : "부담이 되는 가격이긴 한데요, 한두 푼이 아니니까. 여태까지 나왔던 문제들을 통해 나온 문제집이다 보니까 안 보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천훈민(대학 2학년) : "(책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이걸 다 풀어야 되나…. 남들은 주변에서 다 준비를 하는데 나만 가만히 있으면 뒤떨어지는 것 같고 초조해져서 (입사 수험서로)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녹뉘> "아버지 직장, 직업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나고요? 그 애 뽑아서 아버지 덕 좀 보겠다?"

하지만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 현실!

급기야 이런 세태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한 인터넷 방송이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취업준비생들이 겪은 씁쓸한 일화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이 방송은 극심한 취업난 속 기댈 곳 없는 구직자들에게 톡톡한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태진(인터넷 라디오방송 진행자) : "사실 취업이라는 주제를 어디 가서 속 시원히 말하기 힘들잖아요, 부끄럽고….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는 이 얘기를 속 시원하게 얘기하거든요 ‘어디 떨어졌다, 어디 또 떨어졌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저 자신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 강윤호(인터넷 라디오방송 진행자) : "취업이라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가 없고 지루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금 더 재미있게 취업 과정을 즐겨보고 싶었어요."

올해 대졸자 평균 취업률은 59.3%로 2명 중 1명은 취업 재수를 하게 되는 상황!

학벌, 학점, 토익 등에 봉사와 성형까지 더한 취업 9종 세트를 갖춰도 취업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김귀옥(한성대 사회학과 교수) : "정말 요즘 취업대란 시대다 보니까 각종 기업형 얼굴들을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그런 일종의 공포심입니다.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 사회적 안전망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될 부분이죠. 그다음에 젊은이들도 자기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정신을 갖고 한다면 이런 취업대란이 차츰 줄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취업 과외에서 기업맞춤형 성형수술까지, 오늘도 과도한 스펙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청춘들.

하지만 취업대란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런 세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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