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충전] 도심 속 꽃의 혁명…‘게릴라 가드닝’

입력 2013.10.09 (08:15)

수정 2013.10.09 (09:40)

<앵커 멘트>

오늘 모은희 기자의 충전 보도에서 나올 혁명은 따뜻하고 조용한 혁명입니다.

소리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변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건데요.

이런 소식 전해드릴 때는 뿌듯합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냐고요?

'게릴라 가드닝' 이란 건데요.

모은희 기자, 막상 이름은 좀 생소하고 또 좀 과격한 느낌도 들거든요?

<기자 멘트>

버려지고 황폐한 땅에 다른 사람 몰래 꽃과 나무를 심어 가꿔놓는 걸 '게릴라 가드닝'이라고 하는데요, 새로운 환경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외국에서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게릴라 가드닝'이라고 영어 단어로만 표현돼서 아쉬운데요.

오늘 마침 한글날이고 하니까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화초들의 습격? 혹은 원예 전투? 정도 되겠네요.

삭막한 도시에 여유를 주고 쓰레기 문제까지 해결하는 식물들, 그 아름다운 혁명의 현장으로 지금 안내합니다.

<리포트>

공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한 마을!

먼지와 기계음으로 가득한 이곳에, 어느 날부터 꽃밭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어 위에도, 담장에도, 동네 구석구석이 꽃밭으로 변신했는데요.

바로 게릴라 가드닝을 몸소 실천하는 두 젊은이의 작품입니다.

<인터뷰> 이우향(게릴라 가드너) : "게릴라 가드닝 자체가 공공부지에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꽃을) 심는 거잖아요. 아저씨들이 꽃 심는 걸 즐거워하는 게 느껴져서 저도 신나서 지금까지 잘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꽃과 나무로 삭막한 마을을 바꿔보고 싶었다는 두 사람, 수레를 끌고 동네 곳곳을 누빈 지 다섯 달이 지났는데요.

형형색색 꽃들은 마을 풍경뿐만 아니라 무뚝뚝한 공장 아저씨들도 바꿔놨습니다.

<인터뷰> 최정원(서울시 성수동) : "이건 아가씨들이 갖다 준 꽃이고 이건 심어서 파전해 먹으려고 우리 공장 사람들이 (심었어요). 매일 이거 관리하느라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보람을 많이 느끼죠."

이처럼 버려졌거나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을 가꾸는 일을 게릴라 가드닝이라고 하는데요.

마치 게릴라전처럼 불시에 나타나 꽃을 심고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영국의 리처드 레이놀즈라는 청년에 의해 널리 알려졌는데요.

삭막한 도시에 싫증을 느낀 이 청년은 매일 밤 버려진 빈터를 찾아가 비밀스럽게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심어 가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홈페이지를 통해 하나하나 공개하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고요.

지금은 전 세계 30여 개국, 7만 여명의 활동가들이 여기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인터뷰> 정성목(가톨릭대 도시농부) : "동아리 저희가 마을 곳곳에 쓰레기도 치우고 더러운 곳을 게릴라 가드닝도 하고 벽화도 그려서 마을을 좀 예쁘게 꾸며보려고 하고 있어요."

패기 넘치는 이들이 오늘 게릴라 전투를 치를 곳은 바로 이곳, 쓰레기 불법투기 현장입니다.

<인터뷰> 손선희(지역 주민) : "절대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써서 붙여놨는데도 또 갖다놓더라고요. 잠깐 사이에 갖다놔요."

일단 쓰레기를 치우는 일로 게릴라 가드닝은 시작되는데요, 잠깐 사이에 깔끔해졌죠?

그 다음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는데요.

단순히 꽃만 심는 것이 아니라, 벽화를 그리고 재활용품을 활용해 공간을 재구성합니다.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한데요.

쓰레기와 악취로 몸살을 앓던 이곳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멋진 벽화와 울긋불긋 꽃이 피어 있는 예쁜 화단으로 재탄생했는데요,

단 세 시간 만에 이뤄진 변화!

가장 좋아하는 건 주민들입니다.

<녹취> "너무 잘 해놨다! 지저분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애썼어요."

<인터뷰> 황선정(가톨릭대 도시농부) : "동아리 주위 사람들이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런 게 진짜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이런 활동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바뀐 풍경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습니다.

가만히 관찰해 봤더니,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주민도 볼 수 있었고요, 어디선가 물통을 들고 나타나서 꽃에 물을 주는 아주머니까지, 보는 사람도 흐뭇해집니다.

<인터뷰> 손선희(지역 주민) : "학생들이 심어놨으니까 종종 누군가가 물을 줘야 할 것 같아서 물을 주고 있어요."

실제로 게릴라 가드닝은 도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경기도 부천의 이 마을은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갖가지 채소가 자라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이곳은 쓰레기장과 다를 바 없었는데요.

입구는 물론, 벤치와 건널목까지.

쓰레기에 점령당한 공원 주변은 주민들에게 기피대상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단홍(지역 주민) : "그전에는 악취가 심해서 코를 막고 저쪽으로 돌아서 다녔어요."

<인터뷰> 이성호(지역 주민) :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사람들이 여기를 통과할 수가 없었어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방법은 바로 텃밭.

1제곱미터 남짓한 작은 텃밭 하나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마을 노인들에게 텃밭을 분양해서 소일거리 제공과 관리를 동시에 해결했는데요.

덕분에 할머니는 반찬값 걱정을 덜게 됐습니다.

텃밭이라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마을 분위기도 좋아졌는데요.

<인터뷰> 추춘자(지역 주민) : "텃밭 하나가 마을의 전체 분위기를 바꿀 줄은 몰랐습니다. 주민들이 많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쌈채소들을 뜯어다 고기 파티를 벌이는 날!

쓰레기가 사라져 제일 반갑다는 바로 앞 식당에 모였습니다.

<인터뷰> 김경중(인근 식당 운영) : "사람들이 피해 다니고 쓰레기 더미에 파리도 있고 악취도 심해서 장사가 안됐는데, 텃밭을 꾸며놓고 보니까 참 깨끗하고 손님이 많아져서 좋습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단절됐던 이웃을 이어주고 마을 상권까지 되살린 텃밭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가끔 출근길에 마주한 꽃 한 송이가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 주는데요.

그 긍정의 에너지가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꽃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 아름다운 전투에 동참하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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