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배터리 불량’ 쉬쉬하다 결국…취재나서니 ‘공지’

입력 2013.11.13 (16:53)

수정 2013.11.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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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배터리 방전 속도가 빨라졌다거나, 스마트폰 화면에 가로줄이 생기고 갑자기 꺼지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이른바 스웰링(배부름)현상이 나타나는 불량 배터리 때문입니다.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보통 밤에 자는 동안 충전을 하기 때문에 갑자기 터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라도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방문합니다.

하지만 지난 9월까지는 소비자 대부분이 교환을 거부당했습니다. 배터리가 불량이었다는 사실은 듣지 못하고 오히려 무상보증기간 6 개월이 지났다는 이야기에 2만 원이 넘는 새 배터리를 사올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누구는 돈 주고 사왔는데 누구는 보증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며 바꿔줬더라, 누구는 그냥 배부른 현상 확인하더니 바꿔줬더라.. 혼란이 이어진 겁니다.



알고보니 모든 게 불량배터리에 버금가는 삼성전자의 서비스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를 보니 불량 배터리 신고는 이미 지난 7월에 있었고, 취재결과 삼성전자는 당시부터 원인분석에 착수한 상태였습니다. 보증기간 연장은 10월, 보증기간에 관계없이 무상교환을 시작한 건 지난 1일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불량 배터리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쉬쉬'하며 소비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석 달이 지나서야 슬그머니 서비스 정책을 바꾼 겁니다.

지난 11일에 취재진이 문제의 배터리를 들고 서울 시내 한 서비스센터를 찾았습니다. 배정된 수리 기사는 같은 민원이 여러 차례 있었던 듯 내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배터리의 배가 불렀고, 통화나 데이터 사용이 안되고, 배터리 내 전해질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 현상으로 폭발 위험은 없으니 안전하다는 친절한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11월부터 정책이 바뀌어서 무상교환을 해줄 수 있다"며 전산망을 두드려 보더니, "재고가 없으니 예약을 하라"고 말이 돌아왔습니다. 취재진은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삼성전자 본사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고, 삼성전자측은 뒤늦게 서비스 정책이 바뀐 것,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것 등을 인정했습니다.

취재가 끝날 즈음,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배터리 불량 현상과 무상교환 방침 공지를 띄우는 발빠른(?)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장 취재로 삼성의 '불량 서비스 정책'이 여실히 확인된 셈입니다.



애플 등과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는 해외에서의 태도는 사뭇 달랐습니다. 지난달 중국 CCTV가 일부 이상 현상과 서비스 문제를 제기하자 보도 이틀만에 '사과 성명'을 내기도 하고, 독일의 한 매체가 갤럭시S4의 배터리 문제를 제기하자 일주일만에 무상교환 방침을 밝힌 겁니다.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삼성전자가 정작 국내 소비자는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삼성전자 일부 관계자의 대응도 취재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문제의 배터리는 3~4개 납품업체 중 한 곳에서 납품한 것으로, 판매 제품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그 '일부'도 큰 마음먹고 100만 원 안팎이라는 거액을 들여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삼성전자의 소중한 고객 아닙니까?"라는 기자의 말에 더이상 돌아오는 답은 없었습니다.

불량 배터리 문제는 이번 보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배터리 이상작동으로 주소록 삭제 등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 등 오히려 취재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활발한 제보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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