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난방기 화재 잇따라…“소방설비 20% 미작동”

입력 2013.11.20 (21:05)

수정 2013.11.20 (22:38)

<앵커 멘트>

추위가 찾아오면서 화재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화재가 4만 3천여 건에 이르는데요. 특히 날씨가 추운 11월부터 2월 사이에 난 화재가 37%에 이릅니다.

그런데 소방설비가 설치돼 있는데도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운 화재가 해마다 20% 에 달합니다.

엉터리 소방설비 때문에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고 있는 셈인데요.

정연욱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뻘건 화염이 연기와 함께 치솟습니다.

건물 3층의 식당에서 시작된 불로 5층에 있던 20대 여성이 불을 피해 뛰어내렸다 숨졌습니다.

층마다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아 제때 대피할 수 없었습니다.

<녹취> 소방방재청 관계자 : "(경보기가)차단이 돼 있어서 화재를 인지를 못하고 대피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화재로 지난 3년 동안 150명이 숨지고 천 5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재산피해액도 2천4백여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소방설비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서울의 한 상가건물의 소방설비를 점검해봤습니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화재 경보등이 켜져 있습니다.

비상벨을 눌러도 울리지 않습니다.

화재감지기에 불을 가까이 댔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습니다.

<녹취> "이 수신반이 화재발생을 감지해서 각 층이라든지 여기서 경보를 울려줘야 하는데 지금 현재 그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거죠."

소방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전국의 건물 가운데 23%를 표본 조사했더니 40%는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는 사이 불은 소중한 목숨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앵커 멘트>

핵심 소방설비는 소방방재청의 승인을 받은 제품만 반드시 설치해야 하고, 준공 검사 때는 확인 절차도 거칩니다.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만큼 꼼꼼히 따지는 건데요, 그런데도 왜이렇게 불량설비가 많은걸까요.

계속해서 김성한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주차장에 난 화재로 차량 56대가 불탔습니다.

<인터뷰> 이용관(소방령/의왕소방서) : "현장에 갔을 때 다량의 연기와 최성기 상태였고, 주변에 살려달라고 아우성이고"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불과 6달, 하지만, 처음부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아예 꺼 놓았던 겁니다.

어떻게 준공검사가 났는지, 주민들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재감지기입니다.

매우 조잡해 금세 불량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소방방재청 관계자 : "저가 부품이나 저급 재료를 쓰기 때문에 장기간 갔을 때는 무리가 생긴다는 거죠. 내구성이 떨어질 수가 있다."

우리나라 소방검인증 제품의 성능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대비 70% 수준, 수출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더구나 화재로 정전이 됐을 때 꼭 필요한 대피 유도판은 인증제품을 쓰지 않아도 돼 저가 유도판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녹취> 소방설비업자 : "장기적인 보장이 나는 제품이 아니라 한 1년 정도 법적인 자격만 겨우 넘기는 그런 제품을 저희가 쓰다 보니까"

<인터뷰> 이창우(숭실사이버대 교수) : "신뢰성이 떨어지는 시설물을 가지고 있다보니 화재가 나거나 그러면 신뢰도가 떨어지니까 결국은 소화성능을 제대로 발휘 못 하게 되는 거고, 그래서 피해가 커질 수밖에는 것이죠."

소방설비 성능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책임 있는 준공 검사 도입도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성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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