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준우승’ 김진욱 감독 경질 이유는?

입력 2013.11.27 (20:42)

수정 2013.11.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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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27일 김진욱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송일수 2군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긴 배경은 김 전 감독의 승부사 기질 부족으로 요약된다.

김태준 두산 홍보팀장은 "김 전 감독이 인품, 선수 지도 등 여러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분이나 승부에서 결정적인 순간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했다고 구단에서 판단했다"고 해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와 두산 구단이 원하는 야구가 상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승영 두산 사장은 집안일로 이날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 캠프를 떠나 한국에 잠시 들어온 김 전 감독을 만나 직접 경질을 통보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감독을 경질에 이르게 한 치명적인 경기는 한국시리즈 5차전이다.

3승 1패로 앞서 2001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패권탈환을 앞둔 두산은 홈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5차전부터 대구구장으로 옮겨 치른 6∼7차전까지 3경기를 내리 패해 결국 삼성 라이온즈에 우승컵을 내줬다.

김 사장, 김태룡 단장 등 두산 구단 수뇌부는 박한이에게 8회 결승타를 맞아 5-7로 패한 경기를 두고두고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벼랑에 몰린 삼성이 선발 투수인 릭 밴델헐크를 구원으로 투입하는 총력전으로 맞선 상황에서 김 전 감독이 불펜 운용 실패로 5차전을 패해 시리즈 전체 흐름을 삼성에 내준 것으로 본 셈이다.

수세에 몰린 마운드 운용은 6차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 전 감독이 2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으나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시점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나머지 실패를 반복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우승에 목 마른 두산은 1점에 강한 팀을 표방하며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감독을 지낸 이토 쓰토무(현 지바 롯데 감독)씨를 지난해 수석코치로 영입하고 올해에는 두산 색을 지우고 다른 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다국적 코치진을 꾸리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

그러나 우승 전력을 갖추고도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하는 등 기대를 밑돌자 김 전 감독에게 성적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구단 수뇌부는 올 시즌 중요한 고비에서 패할 때마다 김 전 감독의 지도력에 강한 불만을 직접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 경기가 전쟁터와 같은 1군에서 김 전 감독이 승부를 걸기보다 선수 육성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하자 결국 두산 그룹 수뇌부에서도 김 전 감독의 해임을 요구한 현장의 의견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데다가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 등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내부의 세 선수를 잡지도 못하자 두산은 김 전 감독 해임을 뼈대로 전면적인 리빌딩을 선택했다.

하지만 두산의 파격적인 결정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김경문 전 감독(현 NC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표류하던 팀을 안정시킬 지도자로 2011년 말 김 전 감독을 택할 때 두산은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선수 육성에도 전문성을 보인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지만 김 전 감독의 계약기간(2014년 만료)이 끝나기도 전에 이 결정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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