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승진하려면 5천만 원?…군수 처남의 은밀한 거래

입력 2013.11.28 (11:26)

수정 2013.11.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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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인구 2만 명이 조금 넘는, 그야말로 작은 산골인 전북 무주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음식점에 마주 앉은 두 남자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무주군 6급 공무원의 사무관 승진을 대가로 5천만 원이 건네진겁니다.

돈을 건넨 사람은 해당 공무원의 후배, 받은 쪽은 홍낙표 무주군수의 처남입니다. 군수의 처남은 한 폐기물처리업체가 관급공사를 거의 독점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군수 처남이 실세 행세를 하며 인사와 관급공사 수주와 관련된 각종 비리를 주도한 건데요, 경찰은 이번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군수님'이 관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무주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본인이나 측근 비리로 단체장이 사법기관의 수사 대상에 오른 전북지역 자치단체는 6곳. 민선 5기들어 임실과 순창, 남원 3곳의 단체장이 이미 비리로 낙마했으니 전북 자치단체의 3분의 2 정도나 비리에 연루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기초단체장의 비리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재·보궐 선거가 363건이나 치러졌습니다. 단순 셈법으로 따지면 닷새마다 1명씩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바뀐 겁니다. 막대한 선거 비용과 단체장 낙마로 인한 행정 공백... 모두 유권자인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부담이겠지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단체장에게 엄청난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단체장은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들의 인사권과 한해 수천억 원이 넘는 예산집행권에 각종 관급 사업 인허가권이라는 절대권력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뇌물과 유착 등 위험한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죠.

게다가 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원들은 이런 절대 권력자에게 감히 반기를 들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협조해서 자기 이익을 취하는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 좋고'식의 정치적 거래를 일삼고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도 단체장 비리를 부채질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체장은 최대 3선, 12년까지 연임할 수 있는데, 현직에 있으면서 다음 선거에 필요한 재원을 최대한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구 2만 명 가량인 군 지역에서는 8천표 정도만 확보하면 사실상 당선이 확정되기 때문에 단체장이 평소 조직 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비리의 고리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거죠.

반복되는 비리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의 정당공천제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국회의원 눈에 들어야만 정당 공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고비용 정치구조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지금의 기초의회 제도를 보완해 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된 견제 시스템을 두는 것도 시급해 보입니다. 기초의회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이 지금처럼 단체장에게 주어지는 한 제대로 된 견제는 불가능하겠죠.

민선 6기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어느새 반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예비 후보자들의 이름이 벌써 세간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선거를 위해 이른바 '캠프'를 꾸리는 모습도 종종 목격되고 있습니다.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혹시 말로만 '정책 선거'를 내세우며 몰래 '돈 선거'할 궁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돈 선거'는 비리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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