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법원, ‘심리적 부검’ 통해 업무상재해 인정

입력 2013.12.22 (21:17)

수정 2013.12.22 (22:27)

<앵커 멘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정신과 진료 기록입니다.

지금까지 법원에서는 이런 기록을 토대로 자살의 원인을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면 자살의 원인을 알기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주목받고 있는 게 바로 '심리적 부검' 인데요.

물리적 사인을 알기위해서 부검하는 것과 달리, 전문가가 주변 인물에 대한 심층면접과 자료 검토 등을 거쳐 자살의 심리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법원이 처음으로 이 '심리적 부검'을 했는데 판결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김진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세무공무원이던 김 모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많은 업무량과 승진 누락 때문에 괴로워했던 김 씨는 "내 죽음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쓴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업무와 자살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항소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의뢰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했습니다.

김 씨의 가족과 동료들을 상대로 심층 면담을 실시했고, 채무관계와 유서 등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업무상 스트레스외에는 자살의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업무상 재해가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인터뷰> 진현민(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우울증에 업무상 스트레스가 더해져 자살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와 우울증, 그리고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판결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의 법원에선 오래전부터 심리적 부검이 자살 원인을 규명하는 데 활용돼 왔습니다.

<인터뷰> 민성호(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면담을 통해서 그런 증거들이 망인의 심리를, 무의식까지도 저희가 접근해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주로 자살 통계를 내기 위해 활용되던 심리적 부검이 이번 재판을 계기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KBS 뉴스 김진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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