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더라도 금강산에서”…구급차로 이산 상봉

입력 2014.02.20 (23:32)

수정 2014.02.21 (00:58)

<앵커 멘트>

네, 이곳 상봉 취재 현장 모습 보셨습니다.

3년여 만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취재 열기도 대단한데요.

하지만, 평생 오늘만을 기다려 온 이산가족들의 열망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겠죠.

구급차에 누워서라도, 꼭 가족을 만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는 누구도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경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상봉단 버스 대신 구급차에 몸을 싣는 91살 김섬경 할아버지.

폐렴 증세로 쓰러져 수액을 맞았지만 죽더라도 상봉장에서 죽겠다며 하룻밤을 버텼습니다.

83살 홍신자 할머니.

골절상으로 척추 수술을 하고 실밥도 뽑지 못했지만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합니다.

<녹취> 홍신자(할머니/83살/함북 출신) :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아주 못 보는 줄 알았다고요."

금강산 호텔까지 침상에 누워 도착한 두 사람.

몸은 힘들어도 표정은 출발 때보다 더 밝아졌습니다.

<인터뷰> 김섬경(할아버지/91살/경기 출신) : "(좀 쉬셨다가 상봉도 따로 이렇게 하시도록 하겠습니다.) 만나면 좋죠"

김 할아버지는 예순을 넘긴 아들과 딸을, 홍 할머니는 그토록 그리던 동생과 조카를 각각 구급차 안에서 만났습니다.

하지만 '구급차 상봉'은 합의에 없던 사항이라는 북한 주장에 이들의 상봉은 비공개로 이뤄졌습니다.

폐암 투병중인 80살 김동빈 할아버지도 1.4 후퇴 때 헤어진 누나와 남동생과 마침내 마주앉았습니다.

남쪽 방문단 82명 가운데 19명은 휠체어를 타고 2명은 구급차에 실려 상봉을 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컸던 이산의 한.

긴 세월도, 거세게 날리던 눈발도.. 이들의 상봉 의지를 꺾진 못했습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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