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하루 평균 11명…노인 자살 잇따라

입력 2014.02.25 (08:36)

수정 2014.02.25 (09:15)

<앵커 멘트>

부인이 지병으로 숨지자 70대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많아졌는데요.

이승훈 기자가 이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기자 멘트>

네, 인생 황혼기의 노인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

주로 가난과 외로움 때문입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런 노인들의 자살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하루에만 11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심각한 황혼자살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마을...

이 마을에 살던 70대 노부부가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발견자가) 고물상 하시는 분인데, 그분이 자주 고물 (수집) 그런 것을 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상자 이런 것 주워서 뒀다가 그분한테 주고 그러니까 그날도 아마 (집에) 들렀었나 봐요. 거실에 들여다보면 보이니까 그래서 어제 (20일) 발견된 거예요.”

집 안에서는 화로에 연탄불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고, 할아버지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 형식의 일기도 나왔습니다.

일기에는 지병으로 숨진 할머니에 대한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심정이 담겨 있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우리 여사께서 이렇게 삶을 마감하셨구나, 나도 가야되겠다...’ 유서는 아니고 일기 형식의 글을 썼던 거예요.”

경찰은 이를 토대로 할아버지가 숨진 아내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할머니께서 먼저 지병으로 작고하시게 되니까 (할아버지도) 나도 살만큼 살았다...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평소 누구보다 금슬이 좋았던 부부...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심장 질환이 있는 할머니를 정성껏 돌보고, 또 마을 일손도 도와가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이렇게 다니다 보면 이야기하시는 것이 참 좋아보여요. 두 분이. 항상 같이 (다니고) 하니까...”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나도 어제 너무 놀라가지고... 절대 그럴 노인들이 아닌데 왜 그랬나... 그래서 노인 분들 울고불고 난리 났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배우자가 떠난 슬픔과 이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느낀 극도의 외로움은 결국 남은 여생을 포기하는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예전부터 아내가 죽으면 같이 가야지, 나 혼자는 안 살 거라고 그러시긴 하셨어요. 자기는 (아내) 없이 혼자 못 사신다고, 혼자 살면 의미가 없다고 그러셨어요.“

노인 자살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강북구에서는 60대 부부가 10년 넘는 지병을 비관해 남편이 아내를 먼저 숨지게 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는데요,

이 부부는 이전에도 이미 한차례 함께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습니다.

또 이달 초에는, 전남 화순시에서 70대 부부가 승용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함께 목숨을 끊었는데요,

부부 역시 오랫동안 앓아온 지병 등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이 하루 평균 11명.

우리나라 60대 이상 노인 인구의 자살률이 10만 명당 82명으로, 일본이나 미국의 대여섯 배나 되고, 전체 OECD 국가 가운데서도 단연 1위입니다.

<녹취> 육성필(교수/용문상담심리학대학원대학교) : “초고령화 사회에서 사회적 발달 (속도가) 노인을 위한 건강이라든지, 사회 복지시스템이 잘 따라오지 못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많은 상처를 받고, 소외되고 하는 노인들이 많아서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

<기자 멘트>

자살까지 고민해야 하는 노인들.

노인들이 꼽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빈곤 문제만 해결돼도, 노인 자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시의 한 다세대 주택.

69살 김모 할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녹취> 김00(69/음성변조) : “혼자산 지 20년 가까이 됐어요.”

보증금 5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을 주고 사는 자그마한 방 정부에서 나오는 영세민 지원금 47만 원과 일시적으로 지원되는 5만 원 정도의 난방비가 지금 김 씨 할아버지의 유일한 수입입니다.

이 돈으로 방세와 난방비를 내고 나면 식비를 해결하기도 빠듯한 수준입니다.

<녹취> 김00(69/음성변조) : “보일러(난방비)가 이번 달에 17만 원 나왔더라고요. 생활비는 방세 (20만 원) 주고 나면 겨울에는 없어요. 그냥 정부에서 주는 것 가지고 (쓰고), 점심 한 끼 (복지관에서) 먹고요.”

자식들과는 연락도 닿지 않는 상태.

김 할아버지에게 지금 남은 건 외로움과 병약한 몸 뿐입니다.

때때로 심한 절망감에 해서는 안 될 생각도여러 번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김00(69/음성변조) : “그냥 죽으려고 참 시도를 많이 했죠.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고...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아픈데 병원도 못가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생각했죠.) 아무 희망이 없으니까 살아봐야 그날 그날 더 힘드니까 갈 수록...”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82살의 박모 할아버지.

역시 가난을 가장 견뎌내기 힘든 문제로 꼽았습니다.

<녹취> 박00(82/음성변조) : “(혼자 살면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죠. (어떤 때요?) 방세 못 낼 때...”

지난 2012년 6월... 인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채 발견된 60대 노부부.

함께 세상을 떠난 두 부부가 남긴 유서에는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며 삶을 비관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는데요,

경찰이 확인한 결과, 이 부부의 유일한 수입은 정부에서 나오는 노인수당 15만 원이 전부였고, 통장에 남은 잔고는 단 3천 원뿐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인층의 자살을 줄이기 위해 정서적·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녹취> 황명희(상담사/중원노인종합복지관) : “(노인 자살이유는) 경제적인 문제, 질환의 문제, 그 다음에 갈등·정서적인 문제 이 세 가지가 제일 많아요. (경제적으로) 노후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고, 사회적인 것도 혜택을 받기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을 한다거나 지원 체제를 (통해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할 황혼기에 스스로 묶음을 끊고 있는 노인들.

주위의 관심과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만 있어도 노인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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